맘카페들의 ‘21세기형 마녀사냥’에 지역 상권 멍든다

후기 빌미로 지역 상권·부동산 장악한 맘카페…부동산 교란 주범, 중개업자 협박까지

2018-10-29     천경환 시사저널e. 기자

살림이나 지역 생활정보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맘카페’가 집값을 담합하고 지역 상권에 위협을 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대부분의 지역 상인들은 맘카페가 언론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그들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조차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까닭에 향후 맘카페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은 커질 공산이 크다.

맘카페는 기혼여성이 각종 정보와 일상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뜻한다. 주로 포털사이트의 카페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데, 동네 엄마들이 직접 경험하며 모은 정보들이라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맘카페는 2만5000여 개로 추산되며 회원 수가 1만 명이 넘는 일부 대형 맘카페는 사업자등록을 해 영리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 회원들은 육아나 지역 정보를 교류하고 이웃과 소통하기 위해 맘카페를 이용한다. 하지만 맘카페의 규모가 점차 커지자 곳곳에서 각종 부작용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상인들을 상대로 소위 ‘갑질’을 일삼는다든지,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담합을 하는 등 맘카페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7월2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시사저널 고성준


“찍히면 하루아침에 문 닫아야 해”

동네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지역 상인들은 맘카페가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맘카페에서 동네 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만큼 부정적인 소문도 빠르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송파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씨(35)는 “태권도장 운영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맘카페 같은 커뮤니티에 혹평이 올라오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일단 한번 소문이 퍼지면 회복할 수 없어 사전에 학부모들의 비위를 맞추며 불상사를 막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지역 신도시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아무개씨(23)는 맘카페의 지역 상권 장악 문제를 꼬집었다. 박씨는 “진상 손님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 상인들 말에 따르면, 일부 소비자들은 사소한 불만이 생기면 무조건 카페에 올리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한다”며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상인들이 본인 가게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언급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맘카페를 자주 들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도시 A의 이름을 딴 맘카페를 살펴보면 특정 업체에 대한 불만의 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회원들은 ‘식당 직원이 손님을 혼내듯 말했다’ ‘신도시에서 독점하다시피 장사를 해서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 ‘손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김밥을 포장한 채로 줬다. 주인의 태도가 영 시원치 않다’ 등의 글들을 올렸다. 이외에도 카페 운영진이 시장조사 차원이라며 식당 주인에게 무료 음식을 요구하는 행위, 카페에 나쁜 글을 올리겠다고 협박하면서 과도한 서비스를 주문하는 행태 등의 사례들이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맘카페 회원들은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집값을 담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집값 담합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입주민들은 맘카페를 통해 매물을 싸게 내놓지 말라고 강요하고,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파트 하자 신고 게시글은 삭제하는 조치를 취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값을 담합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일부 회원은 특정 가격 이하로 물건을 내놓는 공인중개업소가 있으면 매물을 철회하라는 압박까지 넣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원들의 말을 듣고 호가를 높이는 공인중개사들도 문제지만 맘카페의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며 “카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과 관련된 불법행위를 방지하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집값 담합 신고센터에는 현재 맘카페 집값 담합을 지적하는 신고가 꽤나 접수됐다. 집값 담합 신고센터는 정부가 집주인과 중개업자의 집값 띄우기를 근절하기 위해 10월5일 설치한 공공기관 신고센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집값 담합 신고센터 신고 현황(10월5~11일)에 따르면, 집값 담합 신고센터의 신고 대상자 절반이 아파트 부녀회와 인터넷 카페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성숙한 시민의식부터 확립해야”

신고 대상자별로는 아파트 부녀회나 입주민협의회 등 단체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개업자 11건, 개인 6건, 인터넷 카페·블로그·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담합 5건 등의 순이었다. 신고된 유형 중에서는 고가 담합 신고가 25건으로 비중이 제일 높았고, 공인중개사 업무방해 행위나 거래금액 허위신고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맘카페 회원들의 처벌을 요구하고 카페를 폐쇄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맘카페에서 아동을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국민 13만여 명이 동의했다.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맘카페의 의미가 퇴색됐다. 정상적으로 맘카페를 이용하는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운영진은 본래의 공익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며 “정상적인 시민들은 맘카페가 없어도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잇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맘카페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사이트를 폐쇄까지 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회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밖에 딱히 해결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맘카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이용자가 스스로 잘못된 사실을 판단해야 한다”며 “아울러 주택을 투자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게 분위기를 바꾸는 등 사회 내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상대방한테 피해를 줬을 때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거래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개인의 의사결정을 법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이용자가 맘카페에 올라온 정보를 소화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 교수는 또 “맘카페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