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우리를 돌아보게 하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에 열광하는 한국, 왜?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0.8%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출발했다. CJ E&M 계열이나 종편이 아닌, 일반 케이블채널이라 인기를 모으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특별히 화제성이 있는 스타도 없었다. 그런데도 인기가 계속 오르더니 3~4% 정도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터키 편도 3.5%를 찍었다. 2007년 개국한 MBC 에브리원에서 시청률 3%를 넘긴 건 이 프로그램이 처음이다. 그것도 한때의 화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인기다. 일반 케이블채널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성공 사례인 것이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 지수도 프로그램 방송 요일의 전체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방송 직후엔 검색어 1위를 장악하기도 한다. 보통 인기 드라마라고 해도 방송 직후 포털 연예면 인기기사 순위에 관련 기사가 여러 건 오르기 어려운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관련 기사 네 개가 동시에 걸린 적도 있다. 그만큼 반응이 뜨겁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간단하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한국 방문 경험이 없는 고국의 친구들을 불러 한국 여행을 시켜준다는 설정이다. 카메라는 관찰 예능 기법대로 여행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찍어 전달만 해 줄 뿐이다. 한국 제작진의 개입 없이, 외국인들이 스스로 기획해서 하는 한국 여행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이 설정이 터졌다.
한국인을 만족시키는 외국인의 칭찬
외국인은 그전에도 예능 ‘치트키’로 방송계 시청률 효자였다. KBS 《미녀들의 수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JTBC 《비정상회담》이 이어받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앞의 두 프로그램은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로 설명하는 토크쇼였는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여행으로 외국인이 한국을 체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처음 이탈리아 편과 멕시코 편에 이어 독일 편에서 대박이 났다. 독일은 우리 관념 속에서 대표적인 서구 선진국이며, 첨단 기계공업의 나라로도 잘 알려졌다. 그런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도시가 발전됐다면서 감탄을 연발하고, 숙박업소 비데나 일반 업소 자동문에도 놀라는 모습이 한국인을 뿌듯하게 했다. 그들은 우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내 상업지구나 밤거리 풍경에도 찬사를 이어갔다. 자동차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인데도 한국 승용차의 첨단기술에 경탄하고 고속버스에도 찬사를 보냈다.
한국은 외국인, 특히 선진국 국민들의 인정에 목이 마른 나라다. 외국인들이 한국 곳곳을 체험하며 감탄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스튜디오에서 말로만 하는 것과는 다른 감흥을 줬다. 독일 사람들 말고도, 미국 사람들이 강남역 인근의 상업지구를 보고 “마치 SF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감탄하는 장면이나, 프랑스와 영국 사람들이 서울의 발전된 지하철에 놀라는 모습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프로그램 속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은 IT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도 우리의 발전상을 실감하게 했다.
우리는 또, 우리를 존중하는 외국인을 좋아한다. 반면에 우리를 무시하는 외국인은 매우 싫어한다. 겸손하게 다가오는 톰 크루즈가 인기를 누리고, 반대의 모습을 보인 아리아나 그란데가 질타 받은 이유다. 과거 한국을 우습게 표현한 멕 라이언에겐 아직까지 악플이 쏟아질 정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엔 한국을 존중하는 외국인들이 연속 등장했기 때문에 더욱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예를 들어 맥주 강국이라는 독일 관광객 한 명이 한국 맥주를 마시고 “독일 맥주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하자 바로 옆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단지 다른 것뿐”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일행들이 즉각 수긍하며 한국 맥주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준다. 이탈리아와 멕시코 사람들의 여유로운 자세와 독일 사람들의 계획적인 자세가 극명히 대비됐다. 프랑스 사람들이 독일에 대해 가지는 경쟁심과 핀란드 사람들의 소박함도 나타났다. 젊은 층 사이에서 해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라는 점이 프로그램엔 호재였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미덕은 외국인을 통해 우리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이 최근 터키 편에 찬사가 쏟아진 이유였다. 우리가 흔히 외국인에게 한국의 여행지로 추천하는 곳들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 계획을 제작진이 짜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예상 밖의 장소가 소개될 때가 많다.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게 하다
터키 편에서 터키 사람들은 한국 근현대사 탐방을 선택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외국인에게 추천하는 경복궁이나 창덕궁이 아닌 덕수궁을 찾았다. 그곳에서 황후가 살해당할 정도로 핍박받았던 구한말의 역사를 알게 됐다. 그다음엔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식민지 시절의 참상을 접했다. 일본을 좋게만 생각했던 터키인들은 일제의 만행에 크게 놀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다음엔 청와대 사랑채를 방문해 그렇게 질곡의 근대를 보낸 한국인들이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해 나간 과정을 살폈다. 터키인들도 감동했지만, 시청자도 우리 근현대사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감동받았다. 우리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는 역사여행 코스를 외국인들이 찾아준 것이다.
우리 음식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준다. 우리는 흔히 외국인에게 소나 돼지 구이 계열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핀란드 사람은 자국 친구들에게 미역국을 추천했다. 터키 사람은 친구들에게 들깨칼국수를 추천했다. 영국과 미국인들은 한국 양념통닭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음식과 장소에 대해 외국인의 시선을 통한 재인식의 계기가 이어진다. 우리 자신을 제3자를 통해 새롭게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큰 만족감을 준다.
우리를 성찰하게도 한다. 살아 있는 음식에 기겁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그렇다. 우린 살아 있거나 움직이는 해산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눈앞에서 산 게의 껍질을 떼어내기도 한다. 그때마다 외국인들은 경악했다. 동물카페라든가, 살아 있는 해산물의 도살 방식 등 외국인들은 자국에서 불가능한 일들이 한국에선 발견된다며 신기해했는데 그런 모습이 우리의 동물에 대한 의식을 돌아보게 했다. 예컨대 해물탕에 얹은 문어를 산 채로 천천히 익혀 먹는 것은 동물의 고통에 너무 둔감한 것은 아닐까? 기분 좋은 자부심 고취와 우리 스스로의 재인식에 더해 이런 성찰의 기회까지 등장하니 인기가 이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