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장서 팬티 축제 웬 말이냐”…광주 퀴어축제장 찬·반 격돌
휴일 ‘민주화 성지’ 금남로 혼돈…첫 퀴어축제 둘러싸고 찬·반 집회 충돌
“성 소수자의 인권·성적 다양성을 존중하라.”(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민주화 성지서 퀴어축제라니, 광주정신 훼손하는 패륜적 행사다.”(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광주 첫 퀴어축제를 둘러싸고 엇갈린 두 개의 목소리가 ‘강 대 강’(强對强)으로 맞섰다.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 금남로 한복판에서다. 지역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적 개신교계가 퇴폐적 행사라며 축제를 반대하고, 시민단체들은 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응수했다. 워낙 강하게 붙은 결과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한 공존의 물꼬를 트기는커녕 청명한 날씨의 휴일 금남로는 혼돈에 휩싸였다.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서는 10월 21일 성 소수자들이 참여하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광주, 무지개로 발광(光)하다’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날 문화축제엔 주최 측 추산 성소수자와 가족,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퀴어(queer)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두루 일컫는 말이다. 광주에서 성소수자 축제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축제를 통해 ‘광주의 인권지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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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집회 속에서도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퀴어 축제장 내부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활기찬 모습이었다. 서울과 울산 등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손깃발을 흔들거나 깃발을 몸에 두르며 축제를 즐겼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처음 열린 퀴어 문화축제에는 10·20대의 참여가 돋보였다. 이들은 부스마다 돌며 각종 굿즈를 둘러보고, 부스에서 마련한 코너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무대에서 대중음악이 흘러나오자 춤을 추기도 했다. 성소수자 단체도 퀴어 상징 굿즈를 판매·제작하거나 후원 모금활동을 펼치며 연대의 뜻을 더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이날도 참석자들을 안아 주는 ‘프리 허그’를 진행했다. 애초 우려했던 축제 참가자의 과도한 노출과 성인용품 진열·판매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평화는 5분 만에 깨졌다. 축제의 주요 행사인 퍼레이드가 오후 3시께 시작되면서다. 이날 오후 3시 5분께 금남로 전일빌딩 인근에서 퀴어문화 반대 단체회원 수십여명이 퍼레이드를 진행하던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를 향해 욕설을 하고 진로를 막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0여분 간 발생한 충돌로 당초 5·18민주광장, 금남로4가, 전남여고 앞을 돌아 다시 광장으로 오는 약 1.5Km의 퍼레이드는 반도 못 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인근 예술의 거리로 향하는 골목길로 빠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