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노벨평화상 받은 무퀘게의 조력자 말리니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침묵, 자신들도 잘못이란 걸 안다…그 어떤 합의에도 피해자 목소리 전해져야”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퀘게, ‘성폭행=전쟁 무기’ 규정
성폭력을 무기처럼 휘두른 나라는 또 있다. 위안부를 동원한 일본이다. 무퀘게는 이에 대해서도 눈감지 않았다. 2016년 서울평화상 수상 차 방한했을 때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퀘게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에도 “일본을 비롯한 세계인은 성폭력에 맞설 책임이 있다”고 했다. 10월7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다. 다만 위안부 관련 언급은 기사에 따로 나오지 않는다. 무퀘게가 입을 닫았는지, 교도통신이 일부러 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무퀘게의 조력자 말리니 락스미나라얀(Malini Laxminarayan)은 10월 18일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침묵은 마땅히 다뤄져야 할 주제다. 그 침묵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방법 중 하나다.”“위안부 둘러싼 현 상황 너무 정치적”
말리니는 2016년 무퀘게와 함께 설립한 ‘무퀘게 재단’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위안부에 관한 재단의 목소리를 말리니를 통해 들어봤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침묵하는 결정적 이유가 뭐라고 보나?
“자신들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 잘못이란 당연히 해야 할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사과는 실수를 인정하는 행위다. 실수를 부인하면서 타인을 괴롭히는 건 정치의 불행한 단면이기도 하다. 위안부를 둘러싼 현재 상황은 불행히도 너무 정치화돼 버렸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잘못한 점은 없나?
“양국 모두 피해자들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이뤄진 사과나 대화 속에서 피해자의 요구는 묻혀버렸다.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무퀘게 재단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다룰 때 항상 그들을 중심에 놓고 접근했다. 그 어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피해자의 목소리는 반드시 전해져야 한다.”
말리니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지적은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위안부 갈등을 끝내자는 뜻으로 일본과 합의를 맺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10억 엔(약 101억원)을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은 “진정한 사과가 없다”며 반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재단 해체를 약속했고, 지금 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과 대신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 보자 떠오른 두 단어… ‘용기’ ‘회복력’
말리니는 올 8월16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열린 위안부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적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났다. 당시 말리니가 받은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두 단어로 표현했다. ‘용기(strength)’와 ‘회복력(resilence)’이다.
“할머니(Halmonis)들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역경을 헤치고 침묵을 깨뜨리려 했으며, 올바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여생을 바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자국 내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성폭력은 견딜 수 없는 행위이며, 피해자를 위한 정의는 반드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또 전쟁에서 피해 입은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국제적인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말리니는 글로벌 싱크탱크 ‘헤이그 국제정의기구’의 선임연구원 출신이다. 이때부터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계기에 대해 말리니는 “대부분의 사회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보호가 필요한 그룹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겪는 차별과 아픔을 이해하는 건 사회 구성원의 책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