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City Forum⑥] “사람이 공간과 주택의 주인이 돼야”
[인터뷰]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편집자주]
한국의 도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오히려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바로 도시 발전에 ‘사람’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생명체입니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입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한 ‘착한 도시(Good City)’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의 현주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깊게 논의합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국가균형발전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정책실장이었고,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은 이력에서 보이듯 그의 관심 분야는 정부혁신·복지국가·지방분권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복지국가 공약의 기초를 닦은 것도 성 이사장이다.
성 이사장은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2018 굿시티 포럼(GOOD CITY FORUM 2018)’에서 ‘Keynote Speech’(기조연설)에 나선다. 그는 지방의 성장과 도시재생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간’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고, 정부가 고용과 복지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도시에 ‘공간·경제·문화적’ 활력 가져와야”
‘2018 굿시티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됐다. 어떤 점을 강조할 예정인가.
“한국의 현대사는 긴 공간 이동의 역사다. 산업화에 따라 인구의 지역 이동이 일어났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또 주택을 마련하고 확장하기 위한 도시 내 이동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공간과 비싼 주택의 무게에 눌려 살게 됐다. 이제는 사람이 공간과 주택의 ‘주인’이 돼 제대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때가 됐다.
또 현재 몇몇 신도시를 제외하면 많은 도시들이 ‘도시화 주기’에서 성숙기와 쇠퇴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에 공간적·경제적·문화적 활력을 가져오고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조연설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주목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낸다면 국민적 연대감과 사회통합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도시와 농촌의 연계발전을 통한 국민 삶의 풍요와 삶의 질도 제고할 수 있다.”
최근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을 살릴 방안은 무엇일까.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지방과 농촌으로의 ‘역 인구 이동’ 흐름이 형성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농촌을 방문하거나 관광을 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귀농·귀촌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지방과 농촌의 6차 산업(1·2·3차 산업의 융복합) 육성, 수도권·대도시와 지방·농촌의 자매결연, 농촌의 빈집을 ‘빈집은행’에 등록해 수리한 후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하는 방안 등이 있다. 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재능을 ‘재능은행’에 등록해 지방과 농촌의 아동·청년·여성·장년·노인들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지방은 지방·인구 소멸 걱정할 처지”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외쳤던 공약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세종시를 만들었지만 성공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장애물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수도권과 대도시는 여전히 강력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경제와 교육, 의료, 문화, 소비 등에서 지방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중앙집권화된 정부 구조도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한 요소다. 권한이나 재원이 중앙정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는 사람들의 의식이다. 아직 국민에게는 서울과 중앙을 지향하는 마음이 있다.”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
“서울에서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을 이전했으나 수도권의 흡인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지방과 농촌에서 더욱 극심하게 진행된 상황이다. 지방 소멸뿐만 아니라 인구 소멸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과거 개발시대에 지방에 배치된 제조업과 중화학공업단지가 최근 들어 극심한 구조조정 단계에 접어들며 지역경제의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세종시를 만들어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했다. 현재 세종시 정책의 보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행정수도는 먼저 교육·의료·문화·유통·대중교통 등 기본적인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과 세종시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고속철도망 구축도 필요하다. 혁신도시의 경우에는 행정수도에 요구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보완책과 더불어 혁신도시 내부의 자족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도 늘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 상황을 평가한다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의 연계 추진이 필요하다. 지역의 자립적 경제기반 구축과 관련된 지역산업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재생 및 생활여건 개선사업도 추진돼야 한다. 생활 SOC 사업을 확대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에너지 전환 및 주택전환과 연계해 지역 일자리 창출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책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를 출간했다. ‘포용국가’를 통해 지방 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포용국가는 국민 모두를 특권·차별·배제 없이 동등하게 포용하되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배려를 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의 평등한 참여와 안정된 사회보장을 이루는 국가를 의미한다. 포용국가는 곧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취약한 지역과 농촌 주민을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하고, 이들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정책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과거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상대적으로 ‘공간’ 요소에 더 치중했다면 포용국가 정책은 상대적으로 ‘사람’의 고용과 소득, 복지에 더 많은 강조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시사저널 ‘굿시티 포럼’ 참가 소감은
“‘굿시티 포럼’을 통해 지역과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분출하고, 그것이 우리의 지역과 도시를 ‘아래로부터’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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