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1만 개 공공일자리 확충, 초과 달성 추진”
[인터뷰] 이목희 일자리委 부위원장 “내년 하반기면 고용 회복, 기대 아닌 객관적 전망”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65)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일자리 81만 개 확충을 강력하고 끈질기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81만 개라는 목표치를 넘어) 초과 달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확충’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일자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간 81만 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무원은 한번 뽑으면 줄이기 어렵고 만만치 않은 재원이 든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이런 기조를 가져간다는 점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런 방향에 대해 국민적 동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5월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이 업무지시 1호로 설치한 기구로, 각 부처의 일자리 관련 대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이 부위원장은 최근의 고용 악화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그는 “고용의 질이 좋아지는 등 상황이 달라지고 있는 면도 있다”면서도 “우리가 국민들께 이런 점을 알아봐 달라고 하는 점은 말이 안 된다. 국민들께서 문제를 삼으시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죄송하다”며 거듭 낮은 자세를 보였다.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일자리 정책의 준비 부족, 사후 대응 미흡, 재계와의 소통 부족 등 문제점이 있었다”며 그간의 정부 정책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도 솔직히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하반기에는 20만 개 중후반대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정부 발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내년 대폭 증가한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면, 내년 2분기쯤에는 정책효과가 가시화되고, 하반기에는 국민께서 이해할 수 있는 고용지표가 나올 것으로 본다. 기대가 아니라 객관적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정부의 부족함으로 인해 신규 취업자 수가 바람직하게 증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년에는 수치가 개선될 수 있게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때까지 저와 일자리위원회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간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절대 후회와 여한을 남기지 않겠다.”
지금까지의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정부는 그간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체계를 확립해 왔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및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자리 창출은 민간 일자리가 중심이 돼야 하고, 민간이 동력을 갖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데 1기 일자리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노력이 미흡했다고 본다.”
최근 고용 악화의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객관적 조건부터 보자.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고 있다. 인구 감소는 취업자 수 증감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구조도 바뀌고 있다. 삼성그룹이 얼마 전 180조원을 투자해 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대략 45억원당 1명꼴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자동화·대형화 등 인력 투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취업유발계수(재화 10억원어치를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직·간접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과 경기 둔화의 영향도 크다. 한국 경제 전체가 하강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 산업에서는 뚜렷한 하강 국면이 목격된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바로 고용 악화를 가져오는 객관적 요인이다.”
정부의 잘못은 없나.
“그렇지 않다.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먼저 민간 산업을 지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미흡했다. 공공일자리와 청년, 여성, 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을 고려한 일자리 예산은 있었지만, 민간 산업 지원에 대한 예산 반영이 부족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들은 사전 준비도, 사후 대응도 부족함이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외에도 프랜차이즈 본사 수수료, 임차료, 카드 수수료 등 복합적 원인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는 사전·사후 노력에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용창출의 핵심 주체인 재계와의 소통 노력도 충분치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합쳐져 지금의 신규 취업자 부진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일자리 정책의 무게추가 민간 지원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드는 것이다. 공공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사실 강조점의 이동이라고 한다면 진작 이동했어야 한다. 정부는 금융, 세제, 규제혁신 등 민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총력지원체계 가동을 선언했다. 대통령은 물론 지금 일자리 정책을 주도하는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소득주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더 강력하게, 슬기롭게 추진할 것이다. 소득을 늘려주는 것 외에도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대하고 생활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정책 등 사전에 여러 가지를 함께 고려하는 슬기를 발휘할 방침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확충은 예정대로 추진하나.
“강력하게, 끈질기게 추진할 것이다. 공공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면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충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공공부문 고용비중은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1.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향후 국민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안전 분야, 삶의 질을 높이는 돌봄·요양 등 사회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확충할 예정이다. 오히려 공공서비스나 공공기관 관련 일자리는 계획보다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공감대도 크다고 본다.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것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 서비스를 위한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확충해야 한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려 한다.”
재원 등 후세대 부담을 늘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을 늘리면 철밥통 숫자만 늘린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국민 대다수가 소방공무원들의 열악한 환경에 안타까워하고, 복지공무원들의 격무에 속상해한다. 이런 부담을 나눠 일자리를 늘리자는 데 국민들이 정말 반대하나? 오히려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 복지 시스템이 지금보다 잘 구축되면 내게 돌아오는 복지가 늘어난다는 인식이 있다고 본다. 생명과 안전, 보건, 환경, 노동 관련 공무원 숫자를 늘릴지 여론조사를 하면 ‘늘리자’는 의견이 더 많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내년 하반기 20만 개 중후반대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유효한가. 전망의 근거는 뭔가.
“지난 9월 기준 전체 근로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74.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줄고 있지만 상용근로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고용 없는 자영업자 수는 줄지만 고용 있는 자영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결국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은 고용 사정이 어렵지만 여태껏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올해 대비 22% 증가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한다면 내년 2분기쯤에는 정책효과가 가시화되고, 하반기에는 국민이 이해하실 수 있는 고용지표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 구체적 숫자가 20만 명대의 신규 취업자 수다.”
낙관적 기대는 아닌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대는 바람이 들어간 건데 이건 객관적 전망이다. 인구가 줄고 취업유발계수가 주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경기 상황을 보면, 조선 산업은 수주가 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도 일정하게 정리가 되고 있다. 추가 악재로 작용할 것은 없어 보인다. 내년 일자리 예산이 취약계층 쪽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23조5000억원이 잡혀 있다. 조기 집행하면 성과가 날 수 있다. 향후 경기 전망과 주요 산업 동향, 정부의 일자리 정책 등을 종합해 보면 내년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만족하시기는 어렵겠지만 ‘고생했다’ ‘문제가 해결되고 있구나’라고 느끼실 정도로 고용 상황이 회복될 것이다.”
신산업 육성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실제 고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정부가 재정·세제·규제혁신 등 총력지원체계를 제대로 가동하면 시간은 분명 단축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수요를 창출하는 방법도 있다. 일례로 수소차 산업은 공공부문 친환경차 의무구매비율을 2020년까지 100%로 늘릴 것이다. 수소버스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한 민간수요 창출도 병행할 계획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만 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답하겠다. 일자리와 연관돼 있지 않은 정부 부처의 일이라는 게 별로 없다. 두세 다리만 건너면 다 일자리다. 그래서 일자리위원회는 어느 부처에 간섭해도 월권이 아니다. 제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다가 정부 지원이 소홀해지면 크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은산분리’나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은 예전에 민주당이 반대했던 법안들이다. 민주당 내부 설득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정부는 일자리 프렌들리, 투자 프렌들리 정부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개혁한다는 입장이다. 단 규제혁신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생활과 인권, 민주주의에 위해가 되지 않고, 특정기업과 분야에 특혜가 되지 않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다. 계속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엄청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게 맞다. 반대로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화된다는 우려도 기우다. 경제는 심리다. 규제혁신을 하는데 이런 규제도 푼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논란이 있는 보건·의료 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다. 확실한 건 우리 정부는 의료 영리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경제팀의 엇박자가 계속 부각된다. ‘김앤장’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공직자 간 의견이 다른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문제 삼을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민이 요구하면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같은 목적을 위해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이런 우려가 지속되면 곤란하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간이 지나서도 국민들 보시기에 안 되겠다고 하면 국민 뜻을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