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폐하 만세’ 국책기관 간부, 석연찮은 징계 취소 논란
한정애 의원, “노동위가 사안 제대로 파악 않고 면죄부 줬다” 국감서 지적
2018-10-17 오종탁 기자
노동위, 결정 미루다 1심 결과만으로 징계 취소
행위에 비해 처분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는데, 정작 이 징계조차 추후 취소됐다. 이정호씨 측은 2016년 9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징계'라며 구제 신청을 했고, 충남지방노동위는 지난해 9월 이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징계 취소를 확정했다. 노동위는 노사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합의제 행정 기관이다. 근로자와 사용자, 또 사회의 공익을 대변하는 위원들로 구성됐고 준사법적 성격을 지녔다. 충남지방노동위 및 중노위가 이씨 측의 구제 신청을 받아들인 근거는 1심 재판 결과였다. 이씨 측은 최초 보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했다. 그러나 이씨 측은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한 허위성을 입증하지 못해 최근 2심에서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2심 재판부)는 7월13일 "원고가 KEI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서 '천황폐하 만세라고 세 번 외쳤다'는 사실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국책연구기관의 센터장으로서 원고의 국가관, 도덕성 등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이씨 측은 1심 소송 진행 중에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가 1심 재판 결과만으로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씨에 대한 징계는 무효가 됐다. 당시 중노위는 "아직 (추가)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노동자의 구제 신청에 대한 판단은 신속하게 내려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노동위는 정말 '신속하게' 판단했을까. 뒤집힌 재판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노동위가 1심 선고를 근거로 징계를 취소시킨 과정은 석연찮을 뿐더러 허점투성이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16일 노동위를 향해 "(이씨가)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지켰는지, 윤리강령에 맞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되는데, 이를 하지 않고 1년여를 질질 끌었다"며 "(논란을 일으키고도) '정직 2개월' 처분이 과하다고 반기를 든 이씨나,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판정을 내린 노동위 모두 문제"라고 질타했다.
"친일발언 못잖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도 있었는데…"
실제로 충남지방노동위는 판단을 1년 넘게 하지 않고 끈 뒤 이정호씨 측이 1심 승소하자 곧바로 징계 취소를 결정했다. 부당한 징계 또는 노동 행위에 대한 노사 분쟁에서 1심에 해당하는 지방노동위 판단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나와야 한다. 이번처럼 1년 이상 판단을 미룬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지방노동위가 사실상 이씨의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정애 의원은 이씨 측이 노동위에 냈던 구제 신청서도 공개했다. 여기 기록된 구제 신청 사유를 보면 징계가 취소된 것을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의원은 강조했다. 우선 이씨 측은 천황폐하 만세 삼창 사실을 전면 부정하면서도 다른 친일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국조실이 중징계 처분 요구 이유로 든 '품위유지 의무 위반과 기관의 명예 손상'과 관련 있는 부분이다. 한 의원은 "노동위는 국조실의 감사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징계 취소 판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