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 “북한과 경계, 예술이 허물어야”
[인터뷰] 북한미술전 기획으로 ‘2018 광주비엔날레’ 성공 이끌고 있는 김선정 대표
2018-10-10 조문희 기자
“남북관계 안 좋았더라도 기획은 진행했을 것”
광주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북한전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유엔의 대북제재 분위기가 강했을 때인데, 작품은 어떻게 들여온 건가.
“북한 작가가 만든 작품은 맞지만 북한 소장은 아니다. 북경 만수대창작사미술관장 소장품 15점, 국내 개인 및 미술관 소장 3점, 워싱턴 예도예술재단 소품 4점 등 해외에 나와 있는 작품을 들여왔다.”북한전 기획은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건가.
“북한은 항상 미지의 세계처럼, 잊히고 지워진 세계처럼 그려진다. 그런 북한이 어떤 곳인지를 예술 작품에서 확인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한국만의 분단 상황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2011년부터 DMZ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인 강원도 철원에서 그곳만의 역사와 생태를 각종 형태의 예술로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트선재센터에 전시돼 있다.) 예술을 핑계로 DMZ 등 경계의 영역에 일반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북한 미술의 특징은 뭔가.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조선화’이다. 동양화에서 발전한 북한만의 그림으로, 러시아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북한에선 조선화를 체제 선전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노동현장 등 사회주의의 일상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평가받는다. 굉장히 사실적인 게 특징이다.”“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최대 규모…정작 해외보다 국내서 관심 덜해”
한반도 분위기가 바뀌면서 북한과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것 같다. 북한과 관계가 개선돼서 감회가 새롭겠다.
“작년에 대표로 부임하자마자 북한전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뀔지는 몰랐다. (웃음) 사실 전시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 전시 허가도 개막 직전에 받았다. 보따리장사꾼마냥 몰래 작품을 몇 점 들여올까도 생각했다. 만약 북한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안 좋아졌다면? 그래도 했을 거다. 전시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북한전 이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전시가 있다면.
“광주 시내 전체가 전시관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광주라는 장소가 갖는 역사성을 표현한 작품들이 구 국군광주병원에 설치돼 있다.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곳인데 지난 십여 년간 폐쇄됐다. 그런 곳을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당시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노력이다. 이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정말 많다. 1박2일을 잡고 구경 와도 모자를 정도의 규모다.”광주비엔날레가 상당히 정치적이란 평가가 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예술을 지향하는 편이다. 한 현상을 구성하는 층계는 다양하다. 단편적이지 않다. 그런 층계들을 모두 설명하려다 보니 정치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예술엔 여러 종류가 있다. 쉽고 재밌게 관객들이 작품과 직접 소통하는 전시가 있고, 깊은 사유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전시가 있다. 무엇이 좋거나 나쁜지를 가를 순 없다. 전시마다 특성이 있고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거다. 광주비엔날레가 정치적인지 아닌지는, 직접 광주에 와서 보고 판단해 달라.”1995년 광주비엔날레 첫 개막 당시만 해도 관람객이 100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20만 명으로 줄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1995년도만 해도 이런 규모의 전시는 국내에 없었다. 처음 개막할 땐 광주비엔날레가 올림픽처럼 인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행사로 홍보가 됐다. 국가적 행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예술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전시가 생겨났다. 동시에 광주비엔날레 예산은 줄어들었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한 전시다. 아시아 최대 규모다. 해외에선 많이 보러 오는데, 정작 우리 국민들은 광주를 찾지 않는다. 굳이 비행기 타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가까이에 있다. 생각이 바뀌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