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국감’으로 ‘몰아치기 국감’ 탈피하자

[쓴소리 곧은소리] 정기 국정감사와 상시 국정감사 병행할 수도 있어

2018-10-08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다시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국회는 10월10일부터 국정감사를 시작하는데 한 달 내내 국정감사와 예산심사가 함께 진행된다. 선동열 국가대표 야구감독도 증인으로 출석한단다. 지난 아시안게임을 위한 야구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특정 선수를 둘러싼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선 감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로 알려져 있다. 국민적 의혹을 받는 사안에 대해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국회의 당연한 업무수행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법 집행 과정과 그 결과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입법부의 활동이다. 우리나라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해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정감사 및 조사제도는 제헌 국회부터 시작되었지만 유신 때 일시 중단되었다가 민주화 이후 1988년 13대 국회 때 16년 만에 부활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9월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 및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 54% “국정감사 성과 없다” 부정적


하지만 국정감사가 과연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과 행정부 감독 기능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계속되어온 게 사실이다. 국정감사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부정적이다. 한 조사를 보면, “국정감사가 성과 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고, “성과가 없었다”는 사람이 54%였다. 국정감사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얘기다. 매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무리한 자료 요구와 정쟁의 국회파행 그리고 호통국감의 비효율적 국정감사, 대량 증인채택과 특정 증인채택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무리한 증인출석 요구로 국정감사가 아니라 국정마비 시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무리도 아니다. 


이렇게 된 건 무엇보다 ‘몰아치기 감사’로 ‘세계 유일’의 20일 시한의 국정감사의 결과다. 시간은 짧고 할 일은 많다. 지난 30년 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국정감사의 대상 기관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국정감사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국정감사를 거듭할 때마다 ‘역대 최다 피감기관’ 기록이 이어졌다. 당연히 부실 감사의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안은 ‘상시 국정감사’다. 국정감사 시기를 조정해 ‘몰아치기 국정감사’를 탈피하자는 거다. 국회 상임위별로 자율적으로 일정을 정해 상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위원회 중심의 국회운영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정기 국정감사와 상시 국정감사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다. 


안타깝게도 ‘몰아치기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한 여야 합의가 있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2014년 6월 여야는 기존 정기국회 때 한 차례 몰아서 하던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전과 정기국회 기간으로 분리 실시하기로 합의’했었다. 이를 위해 2014년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감사 및 조사 등에 관한 법률’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로 했었고, 구체적 일정까지 정하고 그 이후에는 다시 논의키로 했었다. 4년 전 여야 합의를 출발점으로 국정감사의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려는 국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몰아치기 국감은 당연히 과다 피감기관 문제로 이어진다. 주어진 시간 한계에 적절한 수의 피감기관이 선정될 때 국정감사는 효과적이다. ‘적절한 수의 피감기관 선정’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격년제 국정감사’도 그중 하나다.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 국정감사 대상기관을 선정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기본적으로 제외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가위임사무와 국가 보조금 사업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도 필요하기 때문에 중앙-지방감사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와 광역의회의 업무분담을 통한 효과적 국정과 지방정부 운영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상시국감과 함께 상시 국정감사 대상기관과 정기 국정감사 대상기관을 분리해 운영할 수도 있고, 정책형성기관과 정책집행기관을 분리해 정책형성기관을 중심으로 국정감사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임위별 자료 제출 공동요구·DB화 필요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는 것 중 하나가 과도한 자료 요구와 자료 제출 기피 논란이다. 이를 위해 상임위별 자료 제출 공동요구와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 국정감사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감사 대상기관의 성실한 자료 제출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국정감사 결과가 국회의 예산안 및 법률안 심의 등 입법 활동에 최종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국정감사’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몰아치기 국감, 과다 피감기관 그리고 일회성 국감 비판’은 제도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근본적 문제와 기술적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부실과 파행국감의 정치적 대립이 반복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국정감사를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 ‘독점의 정치’와 ‘대통령제의 내각제적 운용의 결과-정부·여당 대(對) 야당 대립의 일상화’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속 정당이 달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제에서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역할에는 여야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당집단주의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의 의원’과 ‘정당 조직원으로서의 의원’의 균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당론투표 최소화’가 필요하며, 당론투표 범위를 구체화하고 당론투표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절대다수제로 결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합의 지향형 국회운영 관행’은 ‘제도화된 국회 의사일정’으로 구체화돼 실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와 정당 지도부의 정치력과 리더십이다. 모든 것을 법과 제도로 정할 수는 없으며, 법정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입법부의 관행과 관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국정감사는 민주화 30년의 역사와 함께했다. ‘몰아치기 국감, 과다 피감기관 그리고 일회성 국감 비판’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되어야 한다. 20대 국회 세 번째 국정감사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