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기내각②] 문재인 정부 ‘시·운·전’한다(下)

文정부 2기 내각 全數조사…고시·운동권·전라도 출신 중용

2018-10-05     송창섭·구민주 기자

※앞선 ☞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사오정’의 한 축인 사회시민단체 출신 입성은 1기 내각 때부터 논란이 됐다. 일부 부처의 경우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과 보수적인 관료 사이에 충돌이 일면서 이번 개각에서 대거 퇴진했다. 하지만 비중은 여전히 높다. 정현백 여성부 장관, 하승창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물러난 대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이용선 청와대 사회시민수석이 입성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용선 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기획실장 출신이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에는 박상기 법무부·홍종학 벤처중기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박상기·홍종학 장관은 경실련 출신이며, 나머지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50대 비중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교체 대상 30명 중 27명이 50대(만 나이 기준)다. 개혁 성향의 교수 출신 장관들이 빠져나간 자리엔 정당인들이 속속 입성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교육부다. 김상곤 전 부총리는 한신대 교수와 경기도교육감을 역임한 반면, 신임 유은혜 부총리는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국회에서 주로 활동한 정당인 출신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유 부총리의 경우처럼 운동권 또는 민주당 당직 경력을 가진 인사들도 대거 늘어났다. 현역 의원의 비중 또한 1기 내각과 비교해 더욱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의원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물러났지만 같은 당 이개호(농림축산식품부)·진선미(여성가족부)·유은혜(교육부) 의원이 새로 장관에 임명되면서, 1기 내각에서 18개 부처 장관 중 5명이던 현역 의원 수는 총 7명으로 늘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한병도 정무수석 등은 현역은 아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전신인 민주통합당 포함)에서 당직을 한자리씩 맡았었다. 


김영주 전 장관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교체된 대신, 진선미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가 새로 합류하면서 여성 장관 비율은 1기 내각과 같은 27.8%(18명 중 5명)를 유지했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여성 장관 비율 30% 이상 약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역대 정부 가운데 사상 최고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차관급 이상 인사로 시야를 넓혀보면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낮기만 하다. 1기 내각 당시 143명의 차관급 이상 인사 가운데 여성은 장관급 18명에 불과했다. 이번 개각을 통해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임명돼 전체 20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인사의 14%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2기 개각 인사의 윤곽이 잡힌 후 일각에선 1기보다 한층 젊은 내각이 구성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장관 인사만 국한해 봤을 때 평균 연령은 1기 61.2세에서 59.7세로 두 살 가까이 내려갔다. 18명 장관 가운데 60대 장관 수는 14명에서 10명으로 줄었으며 50대 장관은 4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이 역시 범위를 넓혀 차관급 이상 전체를 살펴보면 143명 인사의 평균연령은 1기 58.4세에서 2기 58.0세로, 소폭 하락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출신 대학의 경우 1기 때와 마찬가지로 2기에서도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관급 이상 가운데 서울대 출신 인사는 1기 61명에서 2기 56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전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대학(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부산대) 출신 인사들을 모두 합해도 서울대 출신 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1기 내각에선 서울대(61명)·연세대(12명)·고려대(9명) 순이었던 데 비해 2기의 경우 서울대(56명)·고려대(14명)·연세대(12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박근혜 정부 당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라고 불릴 만큼 경기고 출신들이 즐비했던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1기와 2기 내각 모두 지역 명문인 전주고 출신 인사의 비율이 돋보인다. 전주고 출신 차관급 이상 인사는 1기 6명, 2기 5명으로, 경기고 출신(5명)을 웃돌았다. 


장차관급 인사에서 가장 많은 교체가 단행된 곳은 청와대 비서실과 외교부다. 청와대는 조각 당시 임명한 8명의 수석 가운데 절반인 4명을 교체했다. 특히 지난 6월 임명된 윤종원 경제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의 경우 지속되는 고용상황 악화로 청와대 경제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9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국무위원들이 듣고 있다. ⓒ 연합뉴스

 

OECD 근무 경력자 대거 입성도 눈길


조각 이후 차관급 이상 10명 중 3명이 교체된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 체제가 유지됐지만, 지난 8월 이례적으로 1·2차관이 동시에 교체됐다. 북핵·대미 라인이었던 임성남 1차관 자리를 조현 2차관이 채우고, 이태호 대통령 통상비서관이 2차관 자리에 오른 것이다. 두 차관은 모두 다자외교에 능하고 통상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청와대와 외교부 안팎에선 청와대가 주축이 돼 한·미 관계를 줄곧 조율해 오고 있는 만큼, 외교부에선 그동안 소홀했던 다자·통상 외교에 좀 더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교체 대상 30명 중 OECD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4명이나 있었던 것도 흥미롭다. 민원기 과학기술부 차관은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무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003년 부이사관 시절 OECD에 파견돼 근무했다. 조현 외교부 제1차관과 이태호 제2차관 모두 OECD 근무 경력이 있다. 특정 고교 출신이 대거 등용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모두 서울 인창고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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