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막강 곰 군단의 비결

철저한 ‘준비’와 ‘정리’를 통한 선수 간의 치열한 경쟁 유도

2018-10-05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지난 9월25일 두산은 넥센에 13대2로 승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2위 SK에는 13경기나 앞선 압도적인 성적이었다. 사실 눈에 보이는 전력만 본다면 두산의 압도적인 우승은 다소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관광객’이 된 외국인 타자들(파드레스·반슬라이크)은 물론이고, 최근 몇 년간 왼손 에이스 듀오인 유희관과 장원준도 예년 같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1위, 그것도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정도로, 한 해 반짝이 아닌 지속적인 강팀을 유지하고 있다. 팀의 주포였던 김현수와 민병헌이 떠나도, 거액의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지 않아도, 우승 경쟁을 펼친다. 그런 두산의 강함, 그 밑바탕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한 야구 관계자는 두산의 강점으로 ‘선수층의 두꺼움’을 가장 먼저 손꼽는다. 어느 포지션이나 주전과 백업 멤버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프로야구는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를 펼친다. 그런 만큼 주전급 선수가 다치거나 부진에 빠지는 경우도 나온다. 이때 그 공백을 메우는 선수, 즉 백업 멤버가 주전 선수와 실력 차이가 크다면 강한 팀 전력을 구축하기 어렵다. 그런 팀은, 어떤 의미에서는 주전 선수의 부상이 나온 그 시점에 한 해 농사도 끝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전이 9월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꺼운 선수층 ‘화수분 야구’


프로야구에서 선수층의 두꺼움은 그만큼 중요하다. 하위권 팀이 거액을 들여 FA를 영입해도, 그것이 곧바로 성적 향상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것도 그런 점 때문이다. 선수층의 두꺼움은 선수 육성의 또 다른 말이다.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영입한 좋은 재목을 얼마만큼 잘 성장시켜 1군에 올리느냐에 따라 선수층의 깊이도 달라진다.


기량이 된다면 신인이라고 해도 곧바로 1군 무대에 쓰는 것이 당연하지만, 즉시 전력감인 대학 졸업자가 아닌 고교 졸업자는 적어도 2~3년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 해도 고교 졸업자의 기량은 주전급 선수와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금 두산의 주축 선수는 대부분 그런 과정을 통해 KBO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오재일 등과 같이 필요하다면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층의 두꺼움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선순환이 두산은 다른 팀보다 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구단의 철저한 계획 속에 이뤄진다. 어느 팀의 한 포지션이 두껍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포지션의 두꺼움은 주전과 백업 멤버, 그리고 유망주라는 3종 세트로 이뤄진다. 여기에서 백업 멤버에 대해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백업 멤버를 단순히 그 포지션에서 주전이 되지 못한 선수로 여긴다. 그래서 현장 지도자 가운데서도 우리 팀은 주전 선수의 뒤를 받칠 선수가 넘쳐난다고 착각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백업 멤버는 단순히 그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주전 선수가 다치거나 했을 때 그 공백을 메우는 선수를 의미한다. 즉, 상황에 따라서는 반 시즌, 혹은 한 시즌을 맡을 수 있는 선수가 백업 멤버다. 그렇게 보면 백업 멤버가 부족한 팀이 적지 않다. 두산에는 내야라면 어느 포지션이나 주전급을 맡을 수 있는 류지혁이 있다. 여기에 황경태·이병휘 등이 그 뒤를 받친다. 외야도 마찬가지다. 정진호와 조수행, 김인태 등이 있다. 포수도 박세혁과 장승현, 이흥련 등이 양의지의 뒤를 받친다. 어느 선수나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닦은 뒤 1군 무대에서 경험치를 쌓고 있다.


올해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이 포수를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단 한 명의 포수도 지명하지 않았다(2차 2라운드에서 지명한 서울고 송승환은 포수가 아닌 3루수로 지명). 올 시즌이 끝난 뒤 터줏대감처럼 주전 마스크를 쓴 양의지가 FA로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포수를 보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양의지 이적해도 포수 포지션 ‘이상無’


그 이유는 이미 대비를 해 뒀기 때문이다. 기존의 박세혁과 장승현에 2016년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의 FA 보상 선수로 이흥련을 선택하며 양의지가 이적할 경우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뒀다. 다른 포지션도 그렇지만 포수는 고졸 신인이 곧바로 주전 마스크를 쓰기가 쉽지 않다. 팀이 전략적으로 밀어준다고 해도, 적어도 1군 무대에서 2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기존 주전 포수가 떠난 뒤에 고졸 유망주를 영입한다고 해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올해 포수 포지션에서 어려움을 겪은 롯데나 NC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버스가 떠난 뒤에 버스를 만들어서는 당장 의미가 없다. 버스가 떠나기 전에 버스를 만드는 ‘준비’, 그 준비를 철저히 하는 팀이 두산이며, 그것이 다른 팀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또한, 육성을 위해서는 선수 영입만큼이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기량이나 유형의 선수가, 그것도 나이까지 엇비슷하면 선수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생각해 보자. 1군과 퓨처스, 그리고 3군까지 있다고 해도 한 포지션에 쓸 수 있는 선수는 기본적으로 3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같은 포지션에 유망주가 2~3명 있으면 경기를 통한 육성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그 포지션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단 1명. 그렇게 경기를 나누어 뛰다 보면, 어느 선수나 경험치가 부족하게 된다. 선수는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팀에 필요한 선수라도 과감한 교통정리는 필요하다. 그것이 2017년 4월 최재훈을 한화로 트레이드한 이유다.


두산 야구를 흔히들 ‘화수분 야구’라고 일컫는다. 이것은 이런 철저한 ‘준비’와 ‘정리’를 통해 선수 간에 치열한 경쟁을 유도한 결과물이다. 그것이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