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마친 유재석의 무한도전
유재석은 ‘찰리 채플린’ ‘미스터 빈’이 될 수 있을까
국민 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MBC 《무한도전》이 종영한 후 유재석의 행보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항상 중심에 《무한도전》을 세워두고 있었던 시절에서 벗어나 이제 홀로 자신만의 ‘무한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절반의 성공 혹은 절반의 실패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으로 《범인은 바로 너》 시즌1을 찍었고, JTBC와는 《슈가맨2》를, 또 tvN과는 처음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찍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해 왔던 SBS 《런닝맨》과 KBS 《해피투게더3》도 계속 진행한다. 이 두 프로그램이 너무 오래된 예능 버전이고 그래서 달라진 트렌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도 어느 정도 수렴된 상태다. 그래서 출연진 교체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역시 그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다.
그렇다면 이미 시도한 도전들의 성과는 어떨까. 아쉽지만 완전한 성공이라고도 또 완전한 실패라고도 말하기가 어렵다. 도전 자체는 의미 있는 것들이지만 성과가 수치적으로, 체감적으로 잘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범인은 바로 너》의 경우 장르물 속으로 들어가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 형태로 시도했고, 그것을 글로벌 플랫폼에 소개했다는 의미는 실로 컸다. 하지만 그 시도의 거대함만큼 열광적인 반응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는 사실과,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반응이 괜찮았다는 평가들이 있다.
또 tvN이 처음으로 유재석과 호흡을 맞춘 《유 퀴즈 온 더 블럭》 역시 ‘길거리로 나온 유재석’이라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생각만큼의 반응과 시청률이 따르지는 못하고 있다. 유재석이 하는 새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첫 회에는 2%대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한 시청률은 현재 1.5%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프로그램이 어떤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직 유재석이라는 이름 석 자가 갖는 힘은 여전하다.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일단 한 번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여전히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그를 중심에 세워두고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 이런 점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건 최근 《해피투게더3》가 재정비에 들어가면서 나왔던 논란들이다. 오는 10월11일 시즌4로 첫 방송을 새롭게 시작하는 《해피투게더》는 기존 박명수와 엄현경이 하차했고 ‘전설의 조동아리’ 코너가 끝을 맺으면서 여기 출연했던 조동아리 4인방(김용만·박수홍·지석진·김수용)도 하차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역시 유재석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제목에서부터 깔려 있다. 실제로 그는 《무한도전》 시절 자신이 기획한 길거리 토크쇼를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그 형식에 퀴즈를 더해 길거리에서 보통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다. 결국 유재석이 하는 프로그램들은 모두가 유재석에 최적화돼 있다.
유재석인데 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프로그램들이 유재석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쨌든 유재석의 맨 파워는 그만한 힘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재석 중심의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유재석의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과연 그는 도전하고 있는가. 혹시 과거부터 잘해 오던 캐릭터의 한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데 최적화된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유재석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유느님’이라 불리는 캐릭터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들어와서도 거의 유일하게 캐릭터쇼가 유효한 존재로 유재석을 세울 수 있게 해 줬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무한도전》에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도전들(이를테면 봅슬레이나 프로레슬링 같은)을 해내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다. 이 캐릭터가 계속 유효하려면 실제로 새로운 도전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재석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은 그가 잘하는 것들 안에서만 이뤄져서는 오히려 이미지만 소모하게 만들 수 있다. 과거 《무한도전》 시절에는 그래도 가끔씩 그 ‘유느님’이라는 캐릭터를 공감할 수 있게 해 준 김태호 PD의 과감한 시도들이 존재했다. 그러니 다른 프로그램이 조금 소소해도 그 캐릭터가 호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재석에게는 《무한도전》이 없다. 스스로 ‘무한도전’을 하는 캐릭터를 세워 나가야 한다.
단지 과거 이미지를 반복 소모하며 현실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도 ‘찰리 채플린’이나 ‘미스터 빈’ 같은 독보적인 ‘유느님’ 캐릭터가 있었다는 걸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유재석 본인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