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기내각①] 문재인 정부 ‘시·운·전’한다(上)

文정부 2기 내각 全數조사…고시·운동권·전라도 출신 중용

2018-10-05     송창섭·구민주 기자
우리나라는 헌법상 행정, 입법,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현대 정치의 중심인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력은 사법부, 입법부를 능가할 만큼 막강하다. 


최근 뉴욕타임스 과학섹션에는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차가 출발하지 않을 때 뒤에 있는 차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 상당수 운전자들이 앞차의 차종에 따라 각각 다른 행동을 보였다. 앞차가 소형차일 경우에는 경적을 울려대는 반면, 고급이거나 대형차일 경우에는 양보하며 기다렸다. 사전 인터뷰에서 이들은 오히려 고급, 대형차일수록 더 강력하게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사람은 힘을 가진 권력자 또는 조직에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1기 내각 국무위원들이 9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 정부마다 코드 인사로 논란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 박근혜 정부 때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물론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집권 초 언론과 야당에서는 조각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특성을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라고 규정지었다.  


개각 폭 DJ·참여정부 때보다 적어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은 어떨까. 시사저널이 정권 출범 직후와 10월1일 현재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인사를 분석한 결과, 30명의 자리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의장과 국가인권위원장을 포함, 장관 또는 장관급이 교체된 경우는 8명이었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많은 규모는 아니다. 


다만 2기 내각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징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말부터 올 9월까지 교체된 장관 또는 차관급 등 고위 공직자 인사를 분석한 결과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시·운·전(고시·운동권·전라도 출신)’으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사·오·정(사회시민단체·50대·정당 출신)’ 요소도 강하다. 


2기 내각 교체 인사 중 사법·외무·행정 등 고시 출신은 14명이다. 고시 출신들이 늘어나면서 정통관료 출신들도 2기 내각에 대거 합류했다. 대표적으로 노동운동가 출신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30년 관료 출신인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으로 교체한 것과, 교수 출신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신 해당 분야 정통관료 출신인 성윤모 전 특허청장을 낙점한 것을 들 수 있다. 

 교수 또는 시민단체 출신은 관료조직을 개혁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조직 장악력에서는 한계를 가진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 분야는 더 그렇다. 최근 대외변수가 커진 상황에서 교수·시민단체와 관료 간 갈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소다. 청와대도 경제수석직을 교수 출신인 홍장표 경제수석에서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출신의 윤종원 수석으로 교체했다. 


민주화운동을 한 운동권 세력이 대거 포진한 것은 2기 내각 때도 여전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7대 의원(익산갑)을 지냈다. 정태호 일자리수석은 서울대 삼민투 부위원장 출신이다. 신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나와 성균관대 민주동우회 사무국장과 고(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도 학창 시절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전례가 있다.

  

민주당 당직 경력자 다수 입성


해당 인사들의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이번 개각 역시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 안배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2기 내각 장관의 경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PK(부산·울산·경남) 4명, TK(대구·경북) 1명, 호남(광주·전남·전북) 4명, 충청(대전·충남·충북) 3명 등으로 1기 장관(서울·경기·인천 5명, PK 5명, TK 1명, 호남 4명, 충청 3명)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별로 고르게 분포됐다. 


다만 이번에 교체된 30명 중 고향이 호남인 인사는 총 11명이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김양수 해양수산부·김오수 법무부·조현 외교부 차관,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황인권 육군 2군사령관 등이었다. 청와대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과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호남 출신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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