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이번 '라돈 사태' 처리에 의지와 능력이 없는 집단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원안위는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라돈 매트리스를 방폐장으로 보내는 등의 사태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또 쓰다 남은 모나자이트가 방치돼 있는데도 원안위는 관련 법이 없다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사태 처리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생활용품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것에 기준치 이하라는 해명은 진짜 과학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원안위는 2013년 라돈이 매트리스에 사용될 당시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방사성물질을 관리·감독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원안위는 침대 업체가 모나자이트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매트리스 제조업체에 2013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총 2960kg의 모나자이트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때 원안위는 왜 침대 업체가 방사성물질을 사용하는지를 확인하거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만일 당시 원안위가 방사성물질 관리에 대한 의지를 갖추고 조치를 했다면 현재 '라돈 침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원안위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7년까지 40~60톤의 방사성물질인 모나자이트가 수입됐다. 이 물질은 66개 업체의 95개 제품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자료에 따르면, 방석·베개·소금·입욕제·정수용 맥반석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침대 매트리스 이후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베개와 친환경 업체 제품 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업체들이 방사성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나자이트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수입업체가 모나자이트를 음이온이나 원적외선이 나오는 물질이라며 판매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을 모두 파악하고 지금이라도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나자이트 수입업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운동연합은 6월11일 논평을 내고 원안위가 모나자이트의 수입과 유통 현황을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부장은 "원안위는 단순히 대진침대에 사용한 모나자이트 양만 발표했다. 국내로 수입된 양이 얼마나 되고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와 제2의 '라돈 침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업체와 모나자이트 유통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업체 공개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모나자이트를 수입한 업체는 1곳이며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그 업체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원안위가 수입업체를 알고도 법 타령을 하며 밝히지 않는데, 이 역시 사태 처리에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9월28일 전북에 있는 한 건강 보조 기구 판매업체의 창고 시설에 모나자이트 150kg이 방치돼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2013년 실시된 원안위의 실태 조사 때 봉인해둔 것이다. 방사성물질 취급자가 아닌 업체는 모나자이트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원안위가 처리하지도 않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모나자이트를 소유만 하는 경우에 관한 법이나 관리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법을 만들 당시 방사성물질이 생활용품에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기 때문에 관련 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도 관련 법이 없다. 이런 경우, 의지만 있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원안위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사태를 뭉개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상식적 문제의식이 없는 원안위"
라돈 침대 사태가 터졌을 때 원안위는 오락가락하는 발표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5월10일 1차 조사 결과에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량이라고 했다가, 5월15일 2차 조사에서는 기준치보다 최대 9배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했다. 1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커버만 검사했고, 2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전체를 측정했다는 것이다. 또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2010년 이후 생산한 매트리스만 조사했다. 2010년 이전에 생산한 매트리스는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2010년 이전 모델에서도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이 검출된다는 언론 보도 이후에야 2010년 이전 생산 모델을 조사했다. 그 결과, 2010년 이전 매트리스에서도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KBS가 8월24일 라돈 침대에 사용한 방사성물질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가 처음에 알려진 것보다 24배나 높은 고농도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원안위는 고농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2013년 수입 당시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가 11.1Bq(베크렐)/g로 기록됐지만, 2015년 실태 조사한 결과에서는 270Bq/g로 측정됐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모나자이트에 있는 천연방사성핵종인 토륨의 농도 범위는 8~300Bq/g이다. 고농도 값이라고 보도된 270Bq/g은 자연상태의 농도 범위에 든다. 따라서 매트리스에 사용한 모나자이트의 방사능 농도는 고농도로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설명은 '천연' 또는 '자연'이라는 말을 교묘하게 사용해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교수는 "농도라는 것은 '자연상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원안위는 자연상태에서 측정되는 정도의 수준임을 강조한다. 이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오해를 충분히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지적했다. 또 원안위는 모나자이트를 희석해 사용했으므로 본래보다 농도가 더 낮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희석이란 모나자이트에 모래를 섞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업체가 모나자이트에 모래를 섞어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교수는 "희석이라는 말로 마치 인체에 무해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모래를 섞어 희석했다고 쳐도 모나자이트의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번 라돈 침대 사태의 밑바닥에는 상식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원안위가 있다. 음이온이나 원적외선이 효능이 있다는 말은 '가짜 과학'이다. 원안위가 진짜 과학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방사선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의 사용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알라라 원칙에 따라 방사성물질을 생활용품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안위가 지금도 1mSv(미리시버트) 기준을 들먹이고 있다. 아직도 가짜 과학을 믿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알라라 원칙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1977년 도입한 원칙으로, X선처럼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방사선은 어떤 경우든 우리 몸에 불필요하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