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3세 경영에 드리운 ‘편법승계’ 그림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엠프론티어 내부거래 70%대…조현식·현범 형제 지분 취득 배경도 의문

2018-09-21     이석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의 3세 경영이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조양래 회장이 올 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도 최근 경영자문으로 물러났다. 이 자리를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물려받았다. 이들은 올해 나란히 총괄부회장과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물론 아직까지 조양래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분 23.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하지만 장남과 차남의 지분을 합하면 38.63%에 이르고 있다. 지분 역시 상당 부분 3세에게 넘어갔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오너 3세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의 역할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현식·현범 형제는 현재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엠프론티어 지분을 각각 24%씩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40%)에 이은 2대주주다. 조 회장의 장녀인 희경씨의 지분(12%)까지 포함하면 오너 3세의 지분율이 60%로 한국타이어를 앞선다. 이 때문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0월18일 대전 유성구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에서 열린 테크노돔 준공식에서 조현식 부회장(오른쪽)과 조현범 사장(왼쪽)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엠프론티어 내부거래 72.3% 

 이 회사는 그동안 계열사의 일감을 넘겨받아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2015년에는 내부거래율이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1297억원의 매출 중 87.1%인 1130억원을 한국타이어 등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이후부터 내부거래율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2016년에는 1094억원의 매출 중 861억원(78.7%)을, 2017년에는 654억원의 매출 중 473억원(72.3%)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내부거래를 조금씩 줄이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내부거래율은 여전히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사와의 합병 등을 통해 내부거래를 20%(상장사 30%) 아래로 낮추고 있는 다른 기업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사실은 2006년까지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이 회사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와 IT서비스 업체인 메타넷(현 메타넷비즈니스서비스)이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2000년 8월 설립됐다. 오너 3세들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07년 7월이다. 조현식·현범 형제와 희경씨는 메타넷의 지분 전량(조현식 20%, 조현범 20%, 조희경 10%)을 사들였다.  이후 유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세 오누이의 지분은 60%까지 확대됐고, 일감 몰아주기 규모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자산은 117억원에서 421억원으로 259.8%, 매출은 210억원에서 654억원으로 211.4% 증가했다. 그나마 최근 2년 동안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 이 정도였다. 이익잉여금은 19억원에서 189억원으로 894.7%나 증가했다. 30억3000만원에 메타넷 지분을 인수한 오너 3세들이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양관광개발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1982년 설립된 건물관리 업체다.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건물 관리나 부동산 임대가 주요 사업이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24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나왔다. 내부거래율은 15.6%로 엠프론티어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0.03%, 1만9443주)와 한국타이어(0.64%, 79만3522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12월 한국타이어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 전 매입한 것이다. 이 주식의 가치가 현재 5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362억원의 영업외수익을 거뒀다. 보유하고 있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처분해 수백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실적이 가능했을 것으로 재계나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현재 이 회사 최대주주로 44.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이 32.7%로 뒤를 이었다. 조양래 회장의 두 딸인 희경씨와 희원씨도 각각 17.4%와 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배경도 주목

 국세청이 최근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7월 서울 강남의 한국타이어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국타이어 측은 당시 2014년 세무조사 이후 4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주체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뒷말도 적지 않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엠프론티어의 경우 감사보고서가 등록된 2002년 이후부터 단 한 차례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알짜 회사”라며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성이 보장된 회사의 지분을 오너 3세에게 줬다면 편법승계가 될 수 있는 만큼 국세청이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측은 “IT업계 특성상 경쟁이 심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올해 8월 기준으로 계열사와 거래를 중단했다. 엠프론티어 역시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쟁이 심해 어려움이 많다”며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오너 3세들이 엠프론티어 지분을 취득한 것 역시 보안 이슈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기업에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다른 기업에 일감을 줄 수 없어 회사를 설립했다. 오너 3세들을 밀어주기 위함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