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⑥] 美 중간선거, 한반도 정세 좌우한다

트럼프, 11월 중간선거 참패하면 대북정책 물거품 될 수도

2018-09-21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 합의 결과를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그가 정말 이를 활용해 나갈 수 있을지는 매우 미지수(very uncertain)다.” 남북 정상이 9월19일, 평양에서 개최된 3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관해 진전된 합의 결과를 내놓은 데 관해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가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 이후 연일 ‘매우 흥분된다’ ‘엄청난 진전’이라면서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엔 그가 지명한 연방대법관 후보마저 고등학교 때 성폭행 시도 의혹에 휘말려 엄청난 역풍에 휩싸이는 등 조금 오르던 지지율도 다시 41%대로 떨어졌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자신의 ‘섹스 스캔들’은 물론 이제는 ‘미투운동’까지 휘몰아치면서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중간선거(11월6일)에서 참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번 써먹은 ‘북한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은 ‘역풍’마저 우려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참패한다면, 그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비핵화 협상을 통한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완전히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19일(현지 시각) 허리케인 피해 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방문을 위해 백악관에서 전용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a very good news)이 있다”고 환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 AP 연합

 현재 미 의회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에도 자신들이 소속된 당의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지켜보자”며 암묵적인 동의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바뀌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추진은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선 하원의원 전원(435석)과 상원의원 100석 가운데 35석을 새로 선출한다.  선거 전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9월20일 현재 상원의원은 선거 예상 결과가 공화당 우세 47석, 민주당 우세 44석, 경합 9석으로 나타났다. 35석을 새로 뽑지만 다수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10%포인트 이상으로 승리한 지역이 많아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하원의원은 민주당 206석, 공화당 189석, 경합 40석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공화당이 235석, 민주당 193석으로 다수당이지만, 민주당은 하원에서 24석 이상을 추가하면 다수당이 된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확률도 70%를 넘기고 있다. 현실적으로 상원은 공화당이 유지하더라도 하원에선 패배할 가능성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 참패하면 레임덕 방어에 골몰해야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행정부가 속한 공화당이 상·하원 모든 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고 참패하는 경우다. 당장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뒤로 밀리고 앞선 북·미 합의들도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남은 임기를 전부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방어에 골몰해야 하는 관계로 북·미 관계는 정체되고 오히려 뒤로 후퇴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소 진보적인 민주당도 북한 문제에 관해선 ‘불신’과 ‘압박 강화’를 외쳐온 터라 북·미 관계는 다시 급속히 악화해 갈등과 위기 국면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화당이 간신히 상원을 방어하고 하원에서 막대한 의석 차이로 선거에 참패할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의 최종적인 키를 쥐고 있는 상원은 방어했지만 하원에서 참패할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정책 추진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일부 비핵화 진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반하는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등 얼마든지 딴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그대로 추진되기 위한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는 양원에서 공화당 우세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에 관한 중간평가로 인식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의석수를 추가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현재 하원에서 193석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다수당이 되기 위해선 이번 중간선거에서 24석 이상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 전체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경합 지역이 많아 실제로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온통 모든 이슈를 중간선거 캠페인에 맞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깜짝 놀랄 ‘북한 카드’ 꺼낼까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중간선거 전에 다시 ‘북한 카드’를 꺼내 들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때 교착상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를 앞둔 10월 중순 백악관에서 개최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재로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이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번 써먹은 카드이기 때문에 경천동지할 내용을 담지 않는 이상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만남으로는 현재 휘몰아치고 있는 악재를 물리치기 어렵고 오히려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연일 자신의 대북 업적을 강조하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파격적인 ‘승부수’를 갈망하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곧 만나게 될 것”이라며 특유의 ‘쇼맨십’ 기질을 연일 발휘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백악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전격 방문하는 대담한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평가하면서 ‘도박사’임을 강조하는 그가 아예 자신에게 휘몰아치는 여러 악재를 제압하기 위해 상상을 뛰어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그만큼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처한 상황이 불안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관해 앞서 모든 상황이 ‘미지수’라고 말한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중간선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놀랄 ‘북한 카드’를 포함해 어떠한 승부수를 띄우더라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한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평화적인 체제 구축을 위해 나아가는 한반도 상황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라는 전례 없는 복병과 맞닥뜨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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