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두 여자’ 거친 북한 이미지를 무두질하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평가받는 김여정, 예술 외교 펴는 리설주
2018-09-19 노진섭 기자
김 위원장에 대한 표현이 180도로 바뀐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외향적 행보 외에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30)과 부인 리설주 여사(32세 추정)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9월18일(현지시각) '김정은 이미지를 올린 두 여인'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아산정책연구원의 7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남한 국민이 느끼는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이 3월과 6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정점을 찍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은 북한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상승했다. 이 상승세는 봄과 여름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지속됐다. 이 배경에 대해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낙관적인 시각'을 들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정책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분석가는 "김 위원장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자신을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내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는 배경에는 김 부부장과 리 여사가 있다. 이 신문은 "두 여인은 젊은 독재자의 거친 이미지를 무두질한다"고 표현하며 "김정은 정권을 홍보하기 위한 '매력적인 공세'"라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친족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까운 보좌관 중 한 명이다. 그는 핵실험, 정보, 외교, 김 위원장 일정, 물류, 안보 등 정권의 핵심 문제에서 의사 결정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북한 외교관 신분으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여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뒷줄에 앉았다. 김 위원장이 6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그는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분석 웹사이트 38노스(38 North)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김 부부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묘사했다. 매든은 "김 부부장의 역할은 정부 발표·언론 보도·영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선전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김경희 전 조선노동당 비서국 비서와 그 역할이 닮았다. 김정일 전 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 김경희는 인민군 대장 출신으로 조선노동당 비서국 비서를 지냈다. 그는 오빠인 김 총비서를 최측근에서 보좌했고, 그의 조카인 김정은이 아버지를 계승하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분석가는 "김 위원장이 부인(리설주)과 여동생(김여정)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세계 다른 지도자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예술로 부드러운 외교 펴는 리설주 여사
리설주 여사도 김 위원장의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화장품·식품·제약 공장 등을 시찰하는 남편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38노스의 매든은 "리설주의 등장은 관련 분야에서 자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중국과의 정상회담에도 남편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이번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숙 여사와 옥류 아동병원과 김원균 명칭음악대학을 방문했다. 이들은 음악을 전공했고 엄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소 딱딱한 남북 정상회담을 측면에서 부드럽게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리 여사의 언행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의 아내들과 매우 다른 행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김 위원장은 이전 북한 지도자들과 다르다는 이미지를 리 여사가 만들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시각이다. 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보좌진을 인용해 "김여정 부부장과 리설주 여사의 언행은 김정은이 가정을 가진 일반 남자와 다르지 않다는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잘 짜인 각본처럼 김 위원장의 두 여인이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의 실정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엔 진전이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8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북한의 공개 처형, 기아, 노동 수용소 등 인권 유린이나 북한 여성의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14년 김여정과 리설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북한 중앙 정부 공무원의 10%, 최고 정치직의 5%만이 여성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