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지겹도록 말해도 강조해야 하는 이유
청와대가 밝힌 남북 정상회담 의제 3가지, 비핵화 전제 안 되면 모두 달성 힘들어
2018-09-18 공성윤 기자
국제사회·외신이 강조한 3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 ‘비핵화’ 우선 미국 정치권에서 이를 강조했다. 테드 요호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은 9월17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더 진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입장은 비슷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9월18일 “중요한 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지난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가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초점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언급할지 여부”라고 했다. 또 싱가포르 매체 채널뉴스아시아는 9월18일 “문 대통령의 방북 목적은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극적으로 다가가게끔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방송 알자지라는 한발 더 나아가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의 아젠다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표현했다.
확실한 비핵화 진전 없는데 또 열린 정상회담
북한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해 조금씩 열린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5월24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핵실험장을 폐쇄해도 다시 핵을 개발할 수 있고, 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고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7월29일엔 북한이 미군 유해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약 한달 반 전에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사항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양국 간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코리 가드너 의원은 “유해를 송환하며 선의를 표현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측면에서 보면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은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막을 올렸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의 의제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중재 촉진 △남북관계 개선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협 종식 등 3가지를 꼽았다.비핵화 없인 의제 달성 힘들어
단 비핵화에 관해 매듭짓지 않으면 모든 의제를 풀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부터 불투명해진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 계획을 취소한 배경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24일 트위터에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측면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적었다.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월16일 한겨레에 “남북관계 발전에서 경제 비중이 빠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남북간 경제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리를 다시 죌 것을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정상회담 전날인 9월17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러시아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도 곧 트위터를 통해 “대북제재는 비핵화 달성의 노력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했다. 결국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북제제를 푸는 것도 힘든 셈이다. 군사적 긴장·전쟁 위협 종식도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저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 핵무기란 비대칭적 전력이 존재하는 한, 국가 간 긴장 관계는 완전히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