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⑭] 스포츠인, ‘1300억 몸값’ 시대 연 손흥민

‘병역’ 뚫은 손흥민, 김연아 제치고 1위

2018-09-17     유지만 기자

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2018년 스포츠계는 ‘축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에서 허무하게 탈락하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아시안게임에서는 2014년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침체기’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 축구에 오랜만에 온 희소식이었다. 


‘한국 축구 부흥’의 한가운데에 손흥민이 있다.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손흥민은 처음으로 스포츠 부문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해 2골을 넣으며 활약했고, 이어진 아시안게임에서는 황의조·조현우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금메달 획득에 공을 세웠다. 축구대표팀에 벤투 신임 감독이 선임되면서 대표팀의 주장 자리를 기성용으로부터 넘겨받아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상징이 됐다.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피겨 여왕’ 김연아는 손흥민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대한축구협회 유스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지성이 3위에 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는 류현진과 박찬호를 제치고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위 안에 야구 관련 인사가 4명, 축구 관련 인사 3명이 포진하며 야구와 축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손흥민 축구선수 ⓒ 뉴스뱅크

  
ⓒ 시사저널 미술팀

 

‘1억 유로의 사나이’ 손흥민 1위


손흥민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43.6%)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로 꼽혔다. 2017년 조사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세 계단이나 뛰어올라 올해 1위를 차지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1위를 차지했던 김연아를 2위로 밀어내며 스포츠계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았다. 


손흥민은 올해 ‘혹사 논란’이 나올 만큼 뛰고 또 뛰었다. 5월28일 온두라스와의 A매치 평가전을 시작으로 9월11일 칠레와의 평가전까지 107일 동안 19경기를 치렀다. 6월에는 국가대표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고, 월드컵 직후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돌아가 미국과 스페인 프리시즌을 소화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속으로 17일간 7경기를 뛰었다.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영국-한국-오스트리아-러시아-한국-영국-미국-스페인-영국-인도네시아-한국을 오가면서 국경만 거의 10번을 넘나들었다. 엄청난 이동거리와 시차 문제에 시달렸다. 일부 축구인들은 손흥민의 부상을 우려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언론에서도 “너무 많은 경기를 뛴 손흥민에게 휴식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가 이처럼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한국 축구는 암울했던 시기를 벗어나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 1, 2차전의 패배를 딛고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2대0으로 잡아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이 금메달로 손흥민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병역 문제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또 한국 축구의 주장 자리를 기성용으로부터 넘겨받으며 명실상부한 대표팀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손흥민은 소속팀인 토트넘의 EPL 경기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소화해야 한다. 병역 혜택을 받은 그의 몸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이미 1억 유로(약 1000억원)를 돌파했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9월11일 발표한 유럽리그 주요 선수 이적 가치에 따르면, 손흥민은 1억230만 유로(약 1337억원)의 몸값으로 평가됐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는 “손흥민은 유럽을 호령한 차범근의 기량과 대한민국 스포츠 판도를 바꾼 박지성의 스타성을 겸비했다”며 “병역 면제로 2년의 시간을 번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이적료 1억 유로에 다가섰다. 만 26세인 그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김연아 前피겨스케이팅선수·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본부장· 차범근 스포츠해설가, 前 축구감독· 추신수 야구선수 ⓒ 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준선· 일요신문 DB

 

김연아·박지성 ‘여전한 영향력’ 과시


3년 연속 왕좌에 앉았던 ‘피겨 여왕’ 김연아는 2위(31.5%)를 차지했다. 올해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바쁜 나날을 보낸 김연아는 지난 5월 아이스쇼 무대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2014년 은퇴무대였던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 이후 4년 만이다. 김연아는 5월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 1부 마지막 순서에 등장해 영화 《팬텀 스레드》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조니 그리우드의 《하우스 오브 우드콕(House of Woodcock)》에 맞춰 연기했다. 그는 연기를 마친 후 “예전에 공연했던 기억이 많이 났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감회가 새로웠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본부장은 15.5%의 지목률로 3위에 올랐다. 김연아가 2위로 밀리면서 박지성도 자연스럽게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대한축구협회 인사에서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소년 축구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박지성에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가 4위(15.0%)에 올랐다. 야구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지난해 7위에서 3계단 상승했다. 추신수는 올해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월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시작해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텍사스 구단 단일 시즌 최장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첫 올스타 출전이라는 겹경사도 맞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차범근 전 감독은 7.9%의 지목률로 5위에 올랐고, 골프선수 박인비가 5.3%의 지목률로 뒤를 이었다. 박인비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9승 기록을 가진 박인비는 유독 국내 투어에서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8년부터 국내 투어에 도전한 끝에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은 4.9%로 7위에 자리했다. 올해 초 쾌조의 출발을 보였던 류현진은 5월 불의의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3개월이 지난 8월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복귀해 5.2이닝 4피안타 2실점 7삼진을 기록하며 리그에 안착했다.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류현진의 LA 다저스 선배인 박찬호는 4.6%로 8위를 기록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4강에 오른 테니스 선수 정현도 공동 8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은퇴한 ‘라이언 킹’ 이승엽은 10위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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