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⑨] 故 김수환 추기경, 종교인 1위에
10년 세월 흘렀는데 여전히 그리운 ‘참 어른’…故 법정·성철 스님도 4·6위
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2009년 2월16일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의 든든한 후원자였으며,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편에 섰던 김 추기경의 선종(善終)은 종교를 떠나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잃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정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사랑을 전하고 실천했던 ‘참 어른’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됐다. 당시 47세로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었다. 가톨릭의 발전뿐 아니라 한국 민주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전국에 생중계 중인 성탄 자정 미사에서 박정희 정권의 초헌법적 철권통치를 비판한 일화는 유명하다.
염수정·정진석 추기경이 각각 2·5위에 올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된 염 추기경은 강한 포용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진석 추기경은 1970년 39세의 최연소 주교가 된 이래 오랫동안 교구장으로 지내다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서임됐다.
불교계 10위권 내에 5명 포진
가톨릭에 이어 불교계 성직자의 영향력도 여전히 강세로 나타났다. 10위권 내에 5명이 포진했다. 법륜 스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즉문즉설’(則問則說) 강연을 통해 ‘국민 힐링 멘토’로 자리 잡은 법륜 스님은 지금도 ‘세속의 임무’에 헌신하고 있다.
2010년 3월11일 입적한 법정 스님과 1993년 11월4일 입적한 성철 스님이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했던 법정 스님은 우리 곁을 떠나는 모습도 청빈과 끊임없는 수행으로 일관한 생전과 마찬가지로 맑고 향기로웠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성철 스님은 독보적인 사상과 철저한 수행으로 조계종 종정에 오르면서 불교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교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혜민 스님과 최근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을 맡았던 설정 스님이 각각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신교계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목사와 영락교회의 고(故) 한경직 원로목사가 각각 9·1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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