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연봉 ‘243억’…“업적 비해 저평가됐다”

[인터뷰] 1년 걸쳐 권 회장 인터뷰한 김상근 교수…“노력 가치 보여준 한국 사회의 롤모델”

2018-09-14     공성윤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이름 앞엔 습관처럼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대한민국 연봉킹.’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낸 2017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지난 한 해 243억 8100만원을 받았다. 국내 기업 등기임원 중 압도적 1위다. 연평균 1억 1700만원을 받는 삼성전자 직원이 208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분명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김상근 연세대 신학 교수는 “저평가된 급여”라고 주장했다. “오너 일가가 아님에도 삼성을 세계 1등에 올려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은 작년에 전문경영인인 호크 탄 CEO에게 1102억원을 안겨줬다.  
2016년 6월27일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임시주주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CEO의 243억 연봉, 젊은이에게 희망이라고 생각해”

 “전 세계 최고 자리를 줄곧 지켜온 배경에는 분명 뭔가 다른 게 있다. 우리나라가 재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너무 크다 보니 그 사람의 공(功)마저 묻혀버린 경향이 있다. 권 회장의 보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준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수치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말이다. 그가 권 회장을 설득해 책 《초격차》를 낸 이유다. 김 교수는 “왜 성공한 CEO로 미국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만 인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충분히 롤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격차》​는 김 교수가 권 회장의 생각을 옮겨 적은 전기(傳記)다. 김 교수는 5년 전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다 권 회장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동안 삼성의 리더십을 다룬 책은 많이 출판됐다. 하지만 최고 임원이 간접적으로 저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을 쓰기 위해 김 교수는 최근 1년 동안 권 회장을 단독으로 만나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 책에는 오롯이 권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만 담겼다고 한다.  김 교수는 “리더십이란 능력이 타고난 것인가, 길러진 것인가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며 “만약 권 회장의 리더십이 선천적인 능력이었다면 책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가 9월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권오현 리더십’이 기존 리더십과 다른 이유

 다만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이전에도 수없이 많았다. 미국의 카네기 리더십이나 중국의 삼국지 리더십, 또 우리나라의 충무공 리더십도 그 사례들 중 하나다. 그런데 왜 또 권오현 리더십일까. 질문을 끝내기도 전에 김 교수가 말을 이었다. ‘물어볼 줄 알았다’는 눈빛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 전 세계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그 때 행사 맨 앞자리에 권오현 회장이 앉아있었단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권 회장은 애플이 전화기를 만들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당시 권 회장은 깊게 반성했다. 반성에만 그치지 않고 깨달은 바를 지체 없이 실행으로 옮겼다. 권오현 리더십이 남다른 가치를 지닌 이유 중 하나다.” 잡스는 괴팍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직원에게 걸핏하면 “B급”이라느니, 납품사에겐 “빌어먹을 놈들”이란 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사회였다면 단번에 ‘갑질’이나 ‘꼰대’란 비난이 쏟아질 행동들이다.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가 9월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덕과 지략 모두 갖춘 사람”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권 회장이 지닌 한국형 리더십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판단하는 능력은 기본이고, 부하들에 대한 조언과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 김 교수는 “부하직원들이 권 회장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는 덕과 지략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전했다. 권 회장의 리더십에 위기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2013년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유해물질이 누출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안전관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1년 전부터 계속돼온 반도체 직업병 문제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2014년 권 회장이 공식사과를 했지만 노동자 단체와의 갈등은 여전했다. 양측의 중재안이 나온 건 올 7월. 권 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직을 사퇴(2017년 10월)한 이후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말을 아꼈다. 대신 “권 회장은 불필요한 회의를 극도로 싫어한다”며 “하지만 안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오랜 시간 회의를 주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김 교수는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권 회장의 생각이다.  

권 회장의 짧은 문자… “원칙을 말했을 뿐”

 “산업 전략에 관해선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다만 권 회장이 믿지 않는 전략은 있다. ‘10년을 보고 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당장 5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항상 시대의 흐름을 읽고 단기 계획을 세워 움직이라는 조언이 뒤따랐다.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리더는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초격차》​는 9월6일 출간된 지 3시간 만에 초판 5000부가 다 팔렸다고 알려졌다. 현재 교보문고와 예스24등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다. 책이 호응을 얻자 김 교수는 권 회장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다. 짧은 답문이 왔다.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원칙을 말한 것뿐이네. 그걸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