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②] 2위 이재용, 3위 임종석
삼성그룹 총수, 임기 없는 경제권력…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3위 급상승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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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의 유력 언론은 매년 주요 인사의 영향력을 평가한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사
(The 100 Most Influential People)’를, 경제잡지 ‘포춘’과 ‘포브스’는 ‘세계 위대한 리더 50인(The World’s 50 Greatest Leaders)’과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을 조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는 시사저널이 창간된 1989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 29년간 한국 사회가 어떤 질곡을 거쳤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올해 역시도 시사저널은 전문가 1000명에게 지금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지 물었다. 조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에 맡겼다.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는 여전히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탄핵정국과 장미 대선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내외 여러 곳으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2인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야 할 정책 부처는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가 ‘기대’였다면 올해 ‘실망’으로 돌아선 의견도 있다.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2018년 지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을까. 한 페이지를 넘겨보면 그 답이 나온다.
‘파워엘리트’라는 말을 만들어낸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밀즈는 자신의 책에서 ‘현재 미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제도로 등장하고 있는 경제·군사·정치의 세 영역에서 강력한 명령권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파워엘리트를 규정했다. 영향력은 권위 혹은 권위적인 사람들이 관점을 제시하면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그 이상의 존중과 신뢰를 보내는 감정표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위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복종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과 정확한 판단력, 여기에 선을 넘지 않는 말과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표현은 되도록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영향력의 기본 요소는 수많은 심리학 서적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바다.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각 부분별 영향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물들의 공통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2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지했다. 지목률은 10.1%다. 지난해 조사에서 2위였던 이낙연 총리의 지목률(2.9%)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4위(2.2%)에 랭크됐다. 이 부회장의 지목률·순위 상승에는 아무래도 최근 경제 불안에 대한 심리가 반영된 듯하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올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공동 19위를 기록했다. 이 회장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석에 누운 지 4년을 넘어서면서 이 회장의 존재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영향력 순위에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보다 뒤처진 것이 이슈였지만, 이제는 자연스럽다.
3위는 3.3%를 기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임 실장의 힘은 내각을 책임진 국무총리 이상이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가진 힘의 크기는 커졌다. 더군다나 임 실장은 대통령을 대신해 UAE(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전 문제를 해결한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까지 맡으면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총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임 실장의 역할을 놓고 논란이 상당하다.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손석희 JTBC 사장, 언론 영향력 14년째 1위
4위는 20대 국회 하반기를 책임진 문희상 국회의장이 차지했다. 6선인 문 의장은 기획력과 지략이 뛰어나 초·재선 시절 ‘꾀돌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이제는 입법부 수장이다. 지목률은 2.7%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3%로 7위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수치다. 문 의장은 최근 “국회의장이 청와대 스피커가 됐다”고 비판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손석희 JTBC 사장(보도부문)의 영향력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전체 순위는 지난해와 같은 5위지만 지목률은 지난해 1.8%에서 올해는 2.5%로 다소 높아졌다. 손 사장이 근무하는 JTBC는 최순실 게이트의 단초를 제공한 최순실 태블릿PC와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MeToo) 사건 등 굵직한 특종을 도맡아 처리했다. 손 사장이 국내 언론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오른 기간은 올해로 14년째다. 현재로선 손 사장의 아성에 도전할 사람은 많지 않다. 장기 집권에 필요한 걸림돌은 없다. 손 사장이 사장으로 있는 JTB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위(2.9%)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올해 6위로 떨어졌다. 최근 이 총리의 정부 내 역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순위 하락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취임 초기 강조했던 실제총리 역할론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줄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작가는 소위 ‘싸가지 없는 정치인’으로 불렸다. 그만큼 비토 세력이 많았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친노(親盧)가 폐족(廢族) 위기로까지 몰리자 유시민 작가는 과감하게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전업 작가로 변신을 모색했다. 올해 조사에서 유시민 작가는 공동 7위(1.7%)에 올랐다. 지난해 3위(2.6%)에 비하면 다소 하락한 결과다. 《청춘의 역사》 《역사의 역사》 《청춘의 독서》 《국가란 무엇인가》는 지난 2년 사이 유시민 작가가 낸 책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대중서와 인문서의 중간 위치에 서 독자들을 흡입하는 전업 작가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활동 무대를 JTBC의 《썰전》, tvN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 예능 영역으로 넓히기도 했다.
9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면서 3선에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대선뿐이다. 최근 행보를 보면 박 시장의 차기 대선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확실한 대선주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여의도 일대 개발을 승부수로 들고나왔지만, 중앙정부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이미지에 상처가 났다. 또 다른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15위에 랭크됐다.
대중은 노회찬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지난 7월23일 운명을 달리한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가 이번 조사에서 사망 인사 중 유일하게 10위 내 이름을 올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노 전 대표의 사망은 돈과 암투로 얼룩진 우리 현실정치에서 진보정치인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노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노 전 대표의 지목률(1.1%)은 그의 정신이 우리 정치권에 커다란 울림으로 커나가기를 바라는 대중의 마음이라고 봐야 한다. 노 전 대표와 함께 정의당의 투톱 역할을 한 심상정 의원은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대중성을 갖춘 진보진영의 선두주자임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승장구를 기록한 데는 야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도 한몫했다. 대선 패배 이후 구심점을 찾지 못한 야권의 방황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매년 조사에서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던 야권은 올해 한 명도 ‘톱10’을 배출하지 못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11위(1.0%)가 가장 높은 결과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야권의 대표주자였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6위(1.6%)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단순 비교만 해도 지금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야권의 존재감이 얼마나 작은지를 알 수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현 정부의 기조가 노무현 정부 때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 스스로가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과 현 정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고리다.
정통 행정관리 출신 중에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공동 16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다. 가수 ‘싸이’ 이후 또다시 K팝을 세계에 알린 방탄소년단 역시 공동 16위다. 방탄소년단을 두고 ‘문화대통령’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순위(공동 19위)도 다소 올랐다. 김 위원장은 국제 부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늘 상위권을 차지했던 인물이다. 주목할 부분은 순위가 아닌 지목률의 상승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커진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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