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특집②] “한국 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
[인터뷰] 이국언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에 대한 입법 이뤄져야"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둘러싼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한일관계는 정부 차원에서 곤혹스러운 외교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재판거래는 납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 권리 행사로 대한민국 사법부의 문을 두드린 피해자들이다. 허망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일본 전범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와 외교부, 대법원, 대형로펌인 김앤장까지 연결된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2016년 외교부는 강제동원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준 승소 판결에 대해 부정적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까지 잃게 될 것’이라는 민간 견해까지 인용했다. 원고들이 속수무책으로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배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 소송을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려는 정황이 보이자 ‘외교부가 아니라 외무성 한국지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전범기업들의 소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나.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은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미쓰비시 소송을 보면 기업 측이 제출한 소송 자료에 일본 외무성의 입장이 같이 등장한다.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돼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 정부가 소송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일본제철 사건이 5년 만에 전원합의체 심리를 받게 됐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개인 소송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래놓고 오히려 재판을 방해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재판이 많은 시간동안 묶이면서 고령의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강제동원 관련 소송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2차, 3차로 제기된 사건, 아직 제기를 하지 못한 분들의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강제동원과 관련된 중요한 소송이 재판거래 의혹이 떠오르면서 이제야 본격화된 것이다.”
앞으로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머지 소송들도 빠른 결론이 날 수 있길 바란다. 또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1993년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전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원이 실시되고 있지만,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법률은 없다. 광주를 비롯해 6개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