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갈등 때 경찰 협조하고 ‘세금 폭탄‘’
밀양송전탑 갈등 부과세 논란…경찰 “세금 말 한 적 없어”
경남 밀양시 표충사관광단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병호(58)씨는 지난 2016년 7월 날아든 세금 고지서에 깜짝 놀랐다. 김해세무서로부터 부가가치세 2171만8368원을 내라고 통보받은 것이다. 밀양 송전탑 관련 동원부대 숙식비에 대한 세금이었다.
김씨는 지난 2013년 8월께 밀양 765㎸ 초고압 송전탑 건설로 인해 경찰과 주민들이 맞서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당시, 세금 신고할 필요 없다는 말만 믿고 경찰관과 전경에게 저렴하게 숙식을 제공했던 상인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밀양 송전탑 사건 때 반대 주민을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3일간만 식사와 숙박을 하자”면서 “전직 경찰이었던 상인을 통해 주변 음식점들이 가격을 내려서 식사와 숙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경찰이 3~4일이면 진압이 끝나고 국가정책사업 협조 사안이므로 세금 신고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숙박비와 식대도 대폭 할인됐다. 김씨의 경우 1인당 숙박비 1만 2000원, 식대 6000원에 구두 계약했다. 당시 숙박비·식대보다 각 2000원가량 깎은 액수였다. 김씨를 비롯해 단장면 일대 펜션과 음식점 30여 개 업소도 같은 방식으로 계약했다.
잊고 있었던 김씨는 지난 2016년 7월 김해세무서로부터 부가가치세 2171만 8368원 과세 예고장을 받았다. 과세 명목은 밀양 송전탑 관련 동원부대 숙식비였다.
김해세무서, 50%감액해줬지만…750~1500만원씩 내야
2013년 10월~2014년 6월까지 8개월간 밀양경찰서 직원과 전경에게 식사를 제공해주고 받은 약 1억1126만원에 대한 세금이다. 김씨와 같이 세금을 물게 된 상인들은 모두 42명이다. 이들은 한 명 당 750~150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김해세무서와 밀양경찰서, 밀양시, 국세청, 청와대 등에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부당한 세금 부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세금 부과를 막을 순 없었다. 김씨는 ‘부가가치세 과세자료 해명 안내’ 공문을 받고 과세에 대한 소명을 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과세전적부심사를 요청했다.
김해세무서는 올해 1월 국세심사위원회를 통해 “세금신고 의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무신고가산세 등을 부과한 것은 부당해 50%를 감액한다”고 결정내리고 김씨에게 알렸다. 이후 김씨는 지난 2월28일로 고지된 납부 마감 기일을 8월31일, 11월30일로 두 차례 연기한 상태다.
김해세무서 납세보호자담당관은 “법적으로 연기 가능한 기일이 다 돼서 11월30일에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체납 징수 절차에 따라 독촉장이 발부되고 독촉기간 내에 내지 않을 경우 재산을 압류하게 된다. 이미 소송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상인, “국책사업 세금 안낸다 경찰 믿고 숙식제공” 주장
김씨는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지난 8월 상인 대표자 2명과 함께 박일호 밀양시장을 면담하기도 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씨는 “면담 당시 박 시장은 억울한 상황이지만 법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한다. 국세청에 탄원서를 내면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탄원서를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업소들이 밀양경찰서에 찾아와 경찰관과 전경들이 자신들의 숙소와 식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도와준 것뿐”이라면서 “세금에 관련해 어떠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처음엔 구두로 했다가 한 달쯤 지나서 상인 30여 명과 계약한 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경 숙식비 계약서는 밀양경찰서에서만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상인들은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으며 경찰서에서 보관한 계약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이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발뺌하고 있다”며 “상인들은 국가를 상대로 사업을 한 게 아니라 국책사업을 뒷받침해 준 것인데 사업으로 인정해 세금 매긴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에게 부과된 세금 납부 마지막 기일은 11월30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