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게임방 가보니…몰입감 최고
콘텐츠 부족·비싼 가격은 ‘해결 과제’
2017-05-01 원태영 시사저널e기자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법한 특이한 모양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머리에 쓰자, 눈앞에 어두컴컴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후 허공에 나타난 총을 손에 쥐자,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약 10분 동안 기자는 가상 세계속에서 좀비와 전투를 벌였다. 결과는 패배. 사방에서 다가오는 좀비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았다.
현실감 넘치는 VR게임…비싼 가격은 ‘흠’
기존 슈팅게임과 다른 것은 기존 슈팅게임의 경우, 전방만 신경쓰면 됐지만 VR게임의 경우, 양옆까지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이었다. 결국 사방에서 몰려든 좀비로 인해, 기자의 캐릭터는 사망하고 말았다. 이어서 리듬게임을 플레이했다. 실제 가요에 맞춰 화면에 파란공과 붉은공이 날아오는데, 이를 양손에 든 컨트롤러를 통해 막아내는 게임이었다. 체험해 본 결과 VR 게임의 경우, 상당한 몰입감과 동시에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헤드셋을 쓰게 되면,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이 게임 몰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비싼 이용료는 향후 VR방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VR방을 1시간 이용하기 위해선 평균 1만~2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시간당 1000원대인 PC방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대학생 하수연(가명·26)씨는 “처음 VR방을 방문해보니, 기존 게임과 달라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다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재방문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VR방이 흥행하기 위해선 일단 콘텐츠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즐길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킬러 타이틀’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과거 PC방이나 플스방(플레이스테이션 방)이 유행할 당시에는 이를 뒷받침해 줄 킬러 타이틀이 다수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PC방의 경우, ‘스타크래프트’가 플스방은 ‘위닝 일레븐’이 각각 PC방과 플스방 유행을 이끌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VR게임의 경우, 현재 출시된 타이틀이 너무 적고 한정적”이라며 “VR게임 장르가 흥행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콘텐츠 부족 시달리는 VR게임…“킬러 타이틀 필요”
실제로 한국보다 앞서 VR방이 유행하기 시작한 중국도 VR방 사업이 위태로운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슈퍼데이터는 최근 중국의 2016년 VR방 현황 백서를 인용해 중국 전역의 VR방 3000여곳 중 수익을 내는 곳은 약 3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슈퍼데이터는 VR방 고전의 가장 큰 이유로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독창적인 VR 콘텐츠가 아직 부족한 탓에 소비자들이 VR방을 재방문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데이터는 “중국 VR방은 돈을 버는 곳이라기보단 소비자에게 VR 경험을 알리고 VR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에 더 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VR게임이 최근 업계의 최대 화두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수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VR방이 흥행하기 위해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만한 킬러 타이틀이 필요하다. 질좋은 콘텐츠가 나오지 않는다면 유저들의 VR에 대한 관심은 금방 식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