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로 게임판 ‘스위치’시키나

닌텐도, 새로운 패러다임 게임기로 승부수…‘게임 명가’ 재건할지 주목

2017-01-19     김회권 기자
닌텐도가 경계를 긋기 애매한 게임기를 1월13일 발표했다. 그리고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차세대 거치형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를 이르는 말이다. 닌텐도는 이미 거치형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봤다. Wii로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Wii U는 고배를 마셨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Wii U는 그 존재감마저 희미해졌다. Wii U의 실패가 닌텐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거치형보다 아무래도 휴대용 게임기 분야가 닌텐도의 주무대다. 닌텐도DS는 전 세계에서 1억5000만대 이상 팔렸다. 그 후속인 3DS도 히트상품이었다. 휴대용 게임기에서 독보적이었던 닌텐도를 위협한 건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모바일이다. 스마트폰 게임과 태블릿 게임이 닌텐도의 아성을 흔들었다. 거치형도, 휴대용도, 양쪽에서 모두 어려움이 도래한 것이다. 닌텐도가 최근 내놓은 ‘닌텐도 스위치’는 두 영역 모두에 발을 걸쳐놓은 요상한 놈이다. 그리고 과연 이전의 실패작과 달리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두고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아졌다.  
ⓒ 닌텐도 홈페이지

3가지 플레이 스타일로 자유롭게 '스위치'하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라는 이름은 플레이 스타일을 자유롭게 전환(스위치)하고 놀 수 있기 때문에 붙었다. 이 게임기는 ‘TV 모드’를 선택하면 거치형 게임기가 된다. 큰 화면에 본체의 화면을 나오게 할 수 있다. ‘Joy-Con’(조이콘)이라고 부르는 작은 컨트롤러로 노는 ‘테이블 모드’도 가능하다. 여기에 게임기 본체에 조이콘을 끼워 ‘모바일 모드’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휴대용 게임기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3가지 스타일로 ‘스위치’하며 게임하는 이 변신로봇같은 게임기는 2017년 3월3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하며 가격은 299.99달러로 책정됐다. 

 닌텐도 스위치를 두고 닌텐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인 다카하시 신야 상무는 “지금까지 닌텐도가 만들어 온 수많은 게임기의 DNA를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계승하고 있는 건 뭘까. ‘패밀리컴퓨터’(패미컴)에서 2개의 컨트롤러를 도입해 여러 명이 함께 논다는 개념, ‘게임보이’에서 시작한 휴대성이라는 개념을 이어받았다. ‘닌텐도64’에서는 아날로그 스틱의 유전자를, Wii에서는 컨트롤러를 흔들고 비틀며 액션을 통해 게임하는 유전자를, Wii U에서는 텔레비전에서 떨어져 있더라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원격성을 이어받았다. 닌텐도는 그동안 새로운 게임기를 발표할 때마다 사용자가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플레이 방법을 제시해왔다. 게임기가 제시해 준 게임법을 사람들이 따라야하는 흐름이었다. 기계가 사람을 제어하는 느낌인데, 닌텐도 스위치 역시 그런 길을 똑같이 제시한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이 게임기가 제시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사용자가 긍정적으로 수용할까, 또 다른 하나는 닌텐도 스위치가 얼마나 팔릴까다. 일단 닌텐도 스위치는 플레이 방법을 사용자에게 강제할 수 있을까. 닌텐도가 새로 출시하는 게임기에서 새로운 게임 방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항상 그전까지 없던 게임기를 세상에 내놓고 ‘이거 괜찮지? 이렇게 할 수 있지?’라고 묻는 방식이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놀이 방식의 게임기를 발매한다는 것은 그동안 닌텐도가 해온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게임기가 미래 트렌드"

 닌텐도는 현재 게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패러다임에 변화를 줬다. 닌텐도 스위치의 기획 담당자들이 생각했던 포인트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화면이 아닌, 상대방의 눈을 보고 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의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였다. 프로듀서인 고이즈미 요시아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닌텐도는 마치 트럼프 카드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카드는 화면을 보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 상대의 눈을 보고 베팅한다. 이런 놀이는 재밌지만 지금은 게임기로 즐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게임 형태를 게임기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닌텐도 스위치의 개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닌텐도가 제시한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은 게임기에 있다. 닌텐도 스위치가 제시하는 앞으로의 트렌드는 성능보다 형태다. 그동안 게임 업계는 한층 높은 스펙을 가진 게임기를 내놓으며 하이엔드 게임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닌텐도가 선택한 방향은 고성능보다 ‘어디든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게임기’였다. 다음번 거치형 게임기는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게임기여야 한다는 거다.  닌텐도의 이런 노력이 먹힐지는 시장에서 결과를 봐야 한다. 얼마나 팔릴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닌텐도 스위치가 기존 닌텐도 팬을 견인해 갈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게임기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Wii U’의 경우 “가까운 시기에 생산을 종료한다”고 닌텐도는 발표했다. 따라서 현재 Wii와 Wii U에서 놀고 있는 닌텐도 팬은 교체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고 따라서 닌텐도 스위치를 고민할 때가 됐다. 다른 게임기로 놀던 사람들이 닌텐도 스위치로 넘어올까를 생각해보자. 라이벌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전 세계에서 5000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강력한 사용자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닌텐도 역시 만만치 않다. Wii는 1억대, Wii U는 1336만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닌텐도 입장에서는 우선 기존 팬들의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것, 특히 Wii 사용자가 게임기를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급선무다. 다른 회사 게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닌텐도 스위치가 제시하는 새로운 게임 방식에 매료돼 두 번째 게임기로 구입하는 경우 그 뒤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닌텐도 스위치 구입을 유도하는 건 약간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스위치를 가지고 놀고 싶을 정도로 게임 타이틀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을지 여부다. 사실 게임콘텐츠에서 초보자를 위한 ‘입문편’으로는 닌텐도만한 게 없다. 단순함으로 재미를 유도하는 능력만큼은 닌텐도가 최고다. 게임을 하지 않던 사람도 플레이하게 만드는 DNA가 닌텐도 게임기에는 있다는 얘기다. 2016년의 닌텐도의 영광을 가져다줬던 ‘포켓몬 GO’처럼 닌텐도 스위치가 가정에서 게임의 존재 자체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지, 그 서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