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중국과 중동 자본 끌어들이려 본선 출전국 확대하나

2026년 본선 출전국 32곳서 48곳으로 확대 추진…축구계 내부서도 ‘갑론을박’

2017-01-12     김회권 기자

전 세계 국가 중 32개국만이 얻던 영광이었지만 이제 48개 나라로 확대된다. 1월10일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축구사(史)에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2026년 월드컵 대회부터는 본선에 출전하는 나라가 32개에서 48개로 늘게 된다. 

 

이런 변화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축구계와 팬들은 전 지구적인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확대된 월드컵 출전국 수가 축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한 논쟁이다.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 전쟁을 망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FIFA(국제축구연맹)의 결정에 반발했고, 다른 리그들도 스페인을 뒤따를 기세다. 

 

 

중국과 중동의 진출 꿈꾸는 FIFA

 

변화를 택하는 건 기대 효과가 있어서다. FIFA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이번 출전권 확대의 최대 수혜지는 ‘아시아’다. 현재 예선을 진행하고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주어진 아시아의 출전권은 4.5장(5위는 북중미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이다. 출전국이 확대될 경우를 상정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5장이 증가한 7장 정도를 기대했다. 그런데 FIFA가 기대치를 넘어 8.5장을 배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출전국 확대를 추진한 이유가 결국 ‘아시아’라는 설이 나온다. 

 

1월10일 기자회견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월드컵 본선 출전 국가 수를 현재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하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 EPA 연합

FIFA의 수익을 늘리는 최선의 방법은 무얼까. 중국과 중동의 막대한 돈을 월드컵에 끌어오는 거다. 그리고 그 전제는 중국과 중동의 국가들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 여기에 일본의 중계권료도 액수가 크니 일본의 안정적인 본선 진출도 필요하다. 이런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FIFA는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이들 국가가 본선에 수월하게 오도록 하는 조치가 FIFA에 필요했다. 

 

한 사례를 보자. 중국의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PPTV는 지난 해 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중계권 구매에 무려 7억 달러(약 8천200억원)를 투자했다. 영국 밖에서 이루어진 중계권 액수로는 최대 규모였다. 부유하다는 프리미어리그는 중국 덕에 더욱 부유해졌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경우 FIFA가 기대하고 있는 그림이다. 중동도 마찬가지다. UAE와 카타르의 기업들은 이미 자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경우 체결할 스폰서 계약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그 내용도 파격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FIFA가 내린 결정은 발표되자마자 찬반으로 갈렸다. 찬성 측은 더 많은 국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축구계의 파이를 크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그럼 반대하는 쪽은 일단 대회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요아힘 뢰프 감독은 “월드컵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고통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다른 반대의 이유는 대표급 선수들의 피로도다. 이들에게 연봉을 지급하는 클럽은 출전국이 늘어나는 것 그 자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참가국이 늘어나면 경기수가 많아지고 부상 등의 염려도 커지며 클럽팀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래서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쪽은 유럽클럽협회(ECA)다. ECA는 “대표선수가 치러야 할 연중 경기 수는 이미 용납할 수 없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새로운 발명품을 거절한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카를 하인츠 루메니게 ECA 회장은 확대 논의가 결정되기 전부터 “정치와 상거래가 축구의 최우선이 될 수 없다”고 얘기하며 FIFA의 확대 논의를 불편해 했다.

 

이런 찬반 여론을 FIFA도 고려했을 터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FIFA는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 조사를 했다. 그렇게 해서 2026년 월드컵부터 적용할 새로운 대회 방안을 5가지로 추렸다고 한다. 이 중 대회의 질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건 현재 시행하고 있는 32개국 출전 방식이었다. 하지만 유·무형의 종합적인 가치를 측정해 봤을 때 가장 최선의 방법은 48개국을 3팀씩 16개 조로 나누는 방식이라고 결론 내렸다.  

 

 

“출전국 수는 늘리되 경기수와 일정은 현행대로 유지”

 

현재 월드컵에서는 총 64경기가 치러진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FIFA의 결정을 두고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강경하다. 왜냐하면 48개국으로 출전국을 늘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32일간 일정을 치를 경우 전체 경기 수는 16경기가 늘어 80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가 재산인 클럽이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럽 각국 리그와 클럽의 반발을 고려해 내놓은 게 앞선 방식이다. 48개국이 3개팀씩 16개조로 조별 리그를 치른 뒤 각조 상위 2개 팀, 총 32개팀이 토너먼트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출전국이 늘어도 우승팀의 경우 지금처럼 7경기만 치르면 된다. 약 1개월의 월드컵 대회 기간도 연장할 필요가 없다. 출전국 수는 늘리되 경기 수와 대회 기간은 현행으로 유지하는 절충안이다. 이 방식은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경우 FIFA가 얻을 수익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다. 앞선 3개팀 16개조로 치러질 경우 각조 2위까지 출전하는 32강 토너먼트가 새로 도입되면서 TV 중계권료 및 스폰서 금액이 상승할 여지가 생긴다. FIFA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예상 수입은 약 55억 달러지만 2026년 월드컵은 예상 수입이 65억 달러로 약 20% 증가할 전망이다. 

 

48개국 확대 결정이 있기 전 FIFA는 반대 측을 고려해 “경제적인 면만 고려해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출전국을 확대하는 이유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더 촉진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비전을 한층 더 강화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FIFA는 항변했다. 하지만 흘러온 정황을 보면 FIFA의 얘기는 변명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오히려 ‘(부유한 나라가) 더 많이 출전하는 것’을 바라는 게 솔직한 속내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