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인본주의'에 주목하라

“언제나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다”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 《조조처럼 대담하라》 펴내

2016-09-09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대담하다는 것은 담력이 크고 용감하다는 뜻이다. 씩씩하고 굳센 기운이 많아 위기에서도 겁내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담하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대담하게 생각하고, 대담하게 도전하고, 끝까지 실행해 보라.”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청년은 물론, 나이 50을 갓 넘자마자 명퇴에 시달려야 하는 중년까지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은 현실이 전쟁이다. 초등학생부터 엄마들까지도 점점 치열한 경쟁사회 속의 선택과 탈락의 갈림길에서 늘 위태롭게 살고 있다.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은 “한마디로 현대는 혼돈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며 장애물을 뚫고 나갈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그 해법을 제시하는 《조조처럼 대담하라》를 펴냈다.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이기도 한 신 소장은 현대에도 통할 수 있는 리더십의 전형을 갖고 있는 조조(曹操)의 대담한 전략과 실행의 비밀들을 파헤쳐 이 험난한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배워보자고 제안한다.

 

신동준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392쪽 1만5000원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인귀론’에 기초

 

신동준 소장은 《삼국지》를 떠나 조조가 남긴 실제 기록물 등에 근거해 조조에게서 배울 점들을 정리했다. 신 소장은 조조가 꿈꾸던 세상이 무엇인지 알려주려 조조의 시 한 편을 앞세운다.

 

‘술 마시며 태평을 노래하니 관리는 오지 않는다 / 군주는 현명하고 신하들은 모두 충성스러우니 / 예를 알고 사양함에 백성에게는 송사가 없다 / 3년을 갈면 9년의 벌이가 있으니 / 양식은 창고에 그득하고 노인이 짐을 지지 않는다 / 은혜로운 비 이같이 내리니 백곡이 밭에 영글고 / 달리는 말이 필요 없어 분뇨는 논밭의 비료가 된다 / 공후백자남의 제후들은 각기 그 백성들을 사랑하니 / 권선징악 바로잡는 것이 부모가 자기 자식 키우듯 한다 / 예법을 어기면 경중에 따라 형을 가하니 / 길에 물건 줍는 자 없고 감옥은 비어 겨울에도 형벌이 없다 / 모두가 천수를 다하고 은덕이 초목과 곤충에 미친다’

조조의 사상이 여실히 드러난 《대주(對酒)》라는 시다. 이 시는 조조의 대업 달성 전망이 보이던 무렵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마음을 털어놓고 태평성대를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조조는 이 시에서 자신의 이상이 고대 경전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군주가 현명하고 신하가 뛰어나며 백성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도 집어가지 않는다. 감옥은 텅텅 비게 되고 그 은덕이 널리 초목과 곤충에게까지 미치게 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탁월한 전략가이자 정치가였던 조조는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시 속에 드러낸 것이다.”

 

신 소장은 조조가 탁월한 문학가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 세상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조조가 바라본 세상의 핵심은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였다고. “조조의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인본주의는 우주만물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이른바 ‘인귀론(人貴論)’에 기초한 것이다. 그의 인본주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작품이 바로 《도관산(度關山)》이라는 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여러 고전을 인용하면서 ‘천하의 안정을 위한 백성들의 행복과 공정한 법의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도관산》에서 조조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가장 귀하니 군주를 세우고 백성을 거두며 온갖 규칙을 만든다’고 읊었다.”

 

 

《조조처럼 대담하라》의 저자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 © 미다스북스 제공

 

 

 

인재와 함께 팀 만들고 승리를 습관화하라

 

조조는 치국평천하, 즉 군주를 세우고 백성을 거두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서 가장 핵심을 ‘사람을 최고로 귀중히 여기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신동준 소장은 조조가 지은 《단가행(短歌行)》의 한 구절을 들려주며 조조의 ‘인귀론’에 힘을 보탠다.

 

‘산은 높다고 마다 않고 / 물은 깊다고 마다 않네 / 주공이 토포(吐哺)를 하자 / 천하 사람이 귀의했네’

주공토포(周公吐哺)는 주나라 건국의 기틀을 닦은 주공이 인재를 귀히 여겨 누가 찾아오면 머리를 감다가도 얼른 걷어 올리고, 밥을 먹다가도 얼른 뱉고 나가 손님을 맞이한 데서 나온 고사다. 세상의 인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주공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난다. “산은 높을수록 토석(土石)을 구분하지 않고, 바다는 넓을수록 강하(江河)를 구분하지 않는 법이다. 이는 득인(得人)을 넘어서 용인(用人)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 누구일지라도 재능만 있으면 능력에 따른 배치는 자신이 알아서 할 터이니 거리낌 없이 찾아오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토포하는 주공보다 한 차원 높은 웅혼한 포용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조는 기존의 질서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조적인 발상’으로 오직 실력과 능력에 따라 인재를 기용하고 신상필벌 원칙을 철저히 적용했다. 그리고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국면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단하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 그에게는 인재들이 넘쳐 났다. 조조는 이러한 인재들과 함께 원대한 꿈을 향한 승리를 위해 팀을 짜고 작은 승리부터 큰 승리까지 차곡차곡 일구어 나갔다. 승리로 얻는 몫은 공헌한 바에 따라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승리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신 소장은 환관의 손자로 태어나 결국 삼국의 지배자가 된 조조의 3단계 승리 비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단계: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라. △2단계: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라. △3단계: 인재와 함께 팀을 만들고 승리를 습관화하라. 신 소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지닌 리더일지라도 현명한 인재들과 함께 변화해 나가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