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지사는 ‘의혹의 종합상점’”

日 도쿄 도지사 마스조에 공금횡령 의혹 등으로 자진 사임

2016-06-22     이규석 일본 칼럼니스트

 

부적절한 정치자금 사용과 행동으로 결국 사퇴하게 된 마스조에 일본 도쿄 도지사가 6월14일 도쿄 도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일본 도쿄도(東京都)는 도지사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67)의 공금(정치자금) 유용·횡령 의혹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 산케이(産經)신문의 런던·파리 초호화 출장 폭로기사가 시발점이 됐고, 시사주간지 슈칸분(週刊文春)이 연이은 폭로기사로 결정타를 먹였다.

 

2014년 도쿄도 지사 선거에서 마스조에를 공인후보로 내세우며 그를 지원했던 자민당과 공명당은 마스조에의 비리가 폭로되자 곤란한 지경에 빠졌었다. 마스조에는 6월6일 제3자가 그의 비리를 조사 보고한 것을 해명하는 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6월7일 도의회(都議會) 대표질문, 6월8일 도의회 일반질문을 받았다. 6월13일엔 도의회 총무위원회에서 일문일답 형식의 집중심의로 난타를 당했다. 6월14일 도의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을 땐 도지사를 자진 사퇴할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공사 혼동한 행태로 여론 악화

 

마스조에는 정치권 입문 전부터 야망이 큰 사람이었다. 1990년대 전반기 도쿄대학 고마바(駒場) 캠퍼스 총합문화연구과 교수 시절, 동료 교수인 스기우라 가쓰미(杉浦克己)에게 정치적 야망을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마스조에는 스기우라에게 느닷없이 “스기우라 상, 나 언젠가 총리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스기우라는 “이봐, 마스조에. 그런 얘기는 내놓지 말고 속으로 담아 둬”라고 타일렀다. 마스조에는 각 세대의 여성에 대한 ‘화려한 언동’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과거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자유와 퇴폐적 쾌락을 추구하는 ‘데카당(décadent)’적 사고를 갖게 된 것 같다. 야망이 크다는 것과 데카당적 사고를 지녔다는 것, 이 두 가지 특징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키워드다.

 

6월8일 열린 도의회 일반질문에서 5번째로 질문한 야당 도의회 의원 오시마 요시에(大島芳江)는 2014년 마스조에가 지바(千葉)현 기사라즈(木更津)시의 온천이 딸린 호텔에 가족과 숙박하면서 발생한 숙박비를 ‘회의비’로 정치자금수지(収支) 보고서에 기재한 사실을 따져 물었다. 마스조에는 “사무소 관계자를 불러 회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회의에 참가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을 대라는 오시마의 추궁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후는 ‘사무소 관계자’가 아닌 ‘출판사 관계자’로 말을 바꾸기도 했다. 호텔 측이 발행한 영수증에는 지출명세가 나와 있지 않았고 총액만 적혀 있었다. 이것은 영수증에 명세를 자세히 기록하게 돼 있는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 제11조 위반이다. 

 

회견·질문·집중심의·운영위 등 일련의 ‘의혹 밝히기’ 시리즈에서 마스조에가 두 번째로 지적당한 것은 연간 55회의 도청(都廳) 밖 시찰 중에 미술관 시찰이 39회에 이르는 등 개인의 취미와 관심에 편중된 시찰을 했다는 점이었다. 이때 사전준비를 위해 도쿄도청 직원들이 동원됐고 공용차를 사용했다. 마스조에는 보육원이나 간병시설 등은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이유로 다수의 그림과 미술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아무리 개인 취미라 하더라도 대량의 그림을 구입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스조에는 그것이 재테크 목적이 아니고 전매(轉賣)도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도쿄도민도 일본국민도 마스조에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의혹 밝히기’ 시리즈에서 마스조에가 세 번째로 지적당한 점은 2015년 9월9~11일에 걸쳐 큰비가 내렸음에도 도정(都政)을 돌보지 않은 것이다. 당시 장대비가 올 것이라는 경보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가나가와(神奈川)현 유가와라마치(湯河原町)의 별장에 내려간 것이 발각됐다. 마스조에는 거의 매주 주말에 공용차로 도심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져 있는 유가와라마치의 별장에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와라마치는 온천관광지로 유명하다. 

 

마스조에는 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서예를 즐기기 위한 용품과 중국옷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행각이었다. 6월13일 열린 집중심의에서 그는 “묵과 벼루는 사무용품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옷은 휘호를 쓰거나 붓으로 서도를 할 때 손동작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마스조에 지사의 지지자가 6월15일 도쿄 도청사에서 사퇴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연이은 의혹에 여당마저 포기

 

마스조에는 만화책 구입, 야구경기 관람, 콘서트 감상, 고급 요리점에서의 식사, 고액의 해외출장과 호화스러운 여행 등에서도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공용차를 쓰고 공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자민당 기타시로 가쓰히코(來代勝彦) 도의원은 6월8일 도의회에서 “도쿄 도지사는 의혹의 종합상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과 돈 문제에 정통한 니치다이대학의 이와이 도모아키(巖井奉信) 교수는 “정치인의 음식비 등에 이상한 것들이 잔뜩 들어가기는 하나, 마스조에처럼 철저하게 공사를 혼동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 국내에서 마스조에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90%를 넘는 일본인이 마스조에의 사직을 원하고 있었다. 도쿄 도청에 쇄도한 비판과 항의의 목소리는 수만 건을 넘었다. 

 

결국 두 여당인 공명당과 자민당은 마스조에를 안고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자민당, 공명당, 공산당, 민진당 2개 회파(會派), 생활자 네트워크, 가가야케 도쿄 등 7개 정당·회파는 6월15일 오후 1시에 시작되는 도의회 본회의에 도지사 불신임안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 불신임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될 것이 확실시됐다. 

 

그러자 마스조에는 15일 오전 9시 반쯤 도의회 의장에게 사직원을 제출했다. 그리고 6월21일부로 사임이 결정됐다. 불신임안이 가결돼 쫓겨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기를 택한 것이다. 이렇게 2016년 4~6월 석 달에 걸쳐 일본을 뒤흔든 ‘마스조에 극장’은 막을 내렸다. 2014년 취임 이후 2년4개월 만의 사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