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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방송 편파성 여부 판정 등 ‘결정 과정’에서 무소신으로 일관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지난 7월1일 대통령 탄핵 방송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를 각하하기로 결정하자 방송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방송위가 내린 각하 결정은 한마디로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탄핵 방송의 편파성 여부를 방송위가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이 날 저녁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심의는 방송 관계 법령과 심의 규정에 따라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같이 결정했다. 탄핵소추 관련 방송 프로그램 심의와 관련해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방송위의 이같은 결정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은 방송위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먼저 ‘탄핵 방송이 편파적이었다’는 입장을 개진해 온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은 이번 방송위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7월3일자 사설 ‘방송위 이럴 바엔 문 닫아라’에서 ‘전체 회의에서 정작 편파 방송 문제는 한마디도 논의하지 못하고 심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갖고 이틀을 또 허송 세월을 했다. 편파 방송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악화돼 언론학회에 연구를 의뢰하는 것으로 급한 불은 꺼놓고, 이제는 심의 대상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걸로 덮어버리겠다는 심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짜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의 반응은 ‘편파적’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할 방송위가 ‘눈치 보기로 인한 직무 유기’를 했다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방송위 개혁 순탄하지 않을 것”

반면 방송사들은 방송위원회의 각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를 계기로 방송심의제도 및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최승호 위원장은 “개별 프로그램이 아닌 방송 전반에 대해 편파성 여부를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번 각하 결정은 방송위의 탄핵 방송 심의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언론시민운동 진영도 일단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위 일부 인사의 퇴진을 주장하며 앞으로 이 문제를 쟁점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7월2일 성명서를 통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방송위원회가 올바르게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위법적인 ‘정치 심의’를 무리하게 추진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인 방송위원회의 양휘부 상임위원과 남승자 보도교양제1심의위원장은 합당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의 탄핵 방송 각하 결정에 대한 반응은 서로 상반되게 나타났지만 이번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방송위원회 개혁론이 떠오를 것 같다. 방송위는 이른바 방송에 관한 한 전권을 가진 명실상부한 독립 기관인데도 이번 탄핵 방송과 관련한 결정 과정에서 ‘무소신과 눈치 보기’의 전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위 내부에 자체 심의 기능이 있으면서 언론학회 등 외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것에 대해 책임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방송위 개혁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송계와 언론운동 진영에서는 이번 심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위원의 사퇴와 방송위 사무처 전면 개편을 주장하는 반면, 일부 보수 언론은 이효성 부위원장과 일부 상임위원 책임론을 거론했다. 남승자 보도교양제1심의위원장과 이창근 보도교양제1심의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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