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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뿌리가 신라의 향가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와카(和歌:모두 31자로 이루어지는 전통 시가) 시인 가운데 유일한 한국 시인인 손호연씨(73·큰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의 노래비가 지난 6월1일 일본에 세워졌다. 일본 아오모리 현 무쓰오가와라 연구시설단지에 있는 공원.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세워진 손씨의 노래비에 새겨진 와카는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시험하려 잠시 눈을 감으셨나요’라는, 망부를 애도하는 시이다.

일본 사가미 여자대학에 유학 중 일본의 대표적 고전문학가 사사키 노부쓰나에게 사사한 손씨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다시 도일해 소화여자대학원을 거쳐 나카니시 스스무(현 오사카 여대 총학장·큰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의 지도를 받아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전통 문예인 와카의 세계에 몰입했다. 그후 손씨는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강담사에서 <무궁화> (전4권)를 펴내며 한국 전통 문화를 일본에 소개했다.

손씨가 일본에 널리 알려진 것은 80년대, 강담사가 창립 70주년 기념으로 발행한 <소화만엽집> 전집에 손씨의 와카 5수가 수록되고부터였다. 이번 노래비 건립은 손씨의 와카를 읽고 감명받은 일본 경단련 전무이사 누카자와 가즈오씨(큰 사진 맨 오른쪽)가 제안해 터를 정했고, 일본관광진흥회와 아오모리 현이 주관했다. 백년 후에 개봉될 타임 캡슐도 함께 묻은 손씨는(작은 사진) ‘고국을 멀리 내 노래비는 서도다. 이웃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정히 지내라고’라는 즉흥시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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