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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통일이 보인다. 38도선을 훌쩍 넘고 최북단 해수욕장인 화진포를 지나서 통일전망대를 가노라면 이름도 통나무집인 그림 좋은 통나무집(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을 한 채 만날 수 있다. 산채비빔밥과 오징어덮밥 그리고 우리밀로 만든 옛날 칼국수가 맛있는 이 통나무집에 들어서면 ‘손님께서 지불하신 금액의 5%는 굶주린 북한동포돕기 성금으로 중국 두레 마을에 쓰입니다’라고 써붙인 글귀와 북한의 식량난을 알리는 전단들이 눈에 띈다.

3년 전에 30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탁 트인 곳을 찾아’ 이곳에 식당을 차린 박주성씨(왼쪽. 오른쪽은 박씨의 딸)는 실향민도 아니고 두레 마을을 이끌고 있는 김진홍 목사와 일면식도 없다. 그런 박씨가 매달 매출액의 5%(30만~40만원)를 떼어 두레 마을 북한동포 식량지원단에 보내게 된 계기는, 순전히 김목사가 펼쳐온 활빈 공동체 두레 마을의 이상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씨가 낸 돈이 지금 당장 양식이 되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김목사가 연길 시 연화촌에 세우고 있는 1백50만평 규모의 연변 두레 마을(농장)에 뿌려져 곡식과 돼지고기가 되어 올해부터 북한 주민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자신의 후원금과는 별도로 현내면 주민을 대상으로 월정액 만원인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 박씨는 “현대그룹 정주영씨가 낸 5억원도 중요하지만, 작은 뜻을 함께 모으는 것이 화해와 통일의 지름길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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