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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은 술자리였다. 술자리에서 영화에 대해 몇 마디 했다가 영화 평론을 하는 후배에게 코가 꿰었다. 그 덕분에 외도가 시작되었다. 83년 소설가로 등단한 박인홍씨(45)는 그렇게 10년 동안 재미나게 바람을 피웠다. 최근 박씨는 그 흔적을 <섹스, 깨어진 영상 그리고 진정성>(문이당)에 담았다.

박씨의 글에는 비제도권 평자로서의 자유로움이 넘친다. 결코 에두르는 법이 없어서, 쓰지 않으면 달다. 반독재 투쟁을 그린 영화로 상찬되던 영화 <로메로>는 주교의 원맨쇼에 불과한 할리우드와 바티칸의 야합물로, <카미유 클로델>은 여성 해방을 빙자한 삼류 멜로물로 격하된다. 이름이 꽤 알려진 한 평론가의 글은, 비평의 탈을 쓴 쓰레기라고 치도곤을 당했다.

박씨는 끼리끼리 우우 몰려다니는 꼴을 참지 못하는‘타고난 삐딱이’다. 그는“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는 게 내 신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한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나면 애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남다른 작품을 만나면 그는 입에 거품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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