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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장관의 인사 청탁 의혹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친노 온라인 매체의 대표와 여권 인사들 간의 ‘부적절한 관계’일 것이다.
미국 국민으로부터 미국의 헌법과 가치를 지키는 데 크게 공헌해 왔다고 인정받아 존경을 받는 미국 대법원의 판사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끊임 없이 외로워지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강직하기로 소문 났던 미국의 대법관 중 한 사람은 야구 구경을 가도 가족조차 동반하는 법이 없었다. 가족에게 지나치게 정을 주었다가 공과 사가 흐려질 것을 경계한 것이다. 미국의 대법관들은 사람과 만나 악수하거나 대화할 때에도 절대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애초에 타인이 비벼댈 여지를 없애버리기 위해서이다.
최근 퇴임한 우리 나라의 조무제 대법관도 어지간히 따지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30년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판사 생활을 했지만 단 한군데서도 전별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러 가지 사(私)가 낄까 봐 높아진 다음에도 비서관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이른바 친노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서영석 대표가 현정부와 가까운 점을 이용해 자기 부인의 교수직 임용 로비를 했다 하여 말썽을 빚고 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서씨는 중간에 사람을 놓아 정동채 문광부장관의 이름을 팔아 오지철 문광부 차관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세간의 관심은 정장관이 이 문제에 개입했는지에 쏠려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온라인 매체의 대표인 서씨가 오프라인에서도 생면부지인 현직 차관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힘은 서씨 자신의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 관계자들이 이 매체를 싸고 돌아 생긴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은 그동안 세상을 어지럽혀온 보수 언론을 손봐주겠다고 벼르면서 한편에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었던 셈이다.
먼저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외로워도 참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언론 개혁은 착수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달콤한 말을 해줄 친구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세련된 보수 언론과 친하게 지내는 게 낫다. 그게 그나마 세상을 덜 시끄럽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