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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赤에 (현물)기탁→인천 등 통해 북한 반입→國赤 배분소가 배급→WFP 직원 감독

대북 식량 지원을 둘러싼 이른바 분배의 투명성 문제는 세계식량계획과 국제적십자연맹(IFRC)과 같은 유엔 산하 기관 및 공신력 있는 국제 구호기관의 현지 감독을 통해 이미 걸러진 사안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싶으면 이에 찬물을 끼얹는 분배의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곤 했다.

현재 정부는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을 허용하되, 전달 창구는 대한적십자사(韓赤·총재 강영훈)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대북 지원 민간 단체는 주로 한적에 현금 또는 현물을 기탁해 왔다. 한적을 통한 지원은 국적(國赤)을 경유하여 북한적십자사(北赤)에 전달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국적을 통한다는 것은 그동안 북한이 한적의 물품을 직접 수령하는 것을 거부해 왔기 때문에 서류상 처리할 뿐이고, 그동안 한적이 보낸 밀가루 같은 물품은 한적이 국적의 마크가 찍힌 포장지로 포장해 인천항에서 남포항으로 직수송해 왔다.

지난 5월20일 민간단체가 중국 단동에서 전달식을 가진 옥수수 1만5천t을 보낸 방식은 기탁자가 직접 품목을 선정하고 구입해 이를 한적에 전달했다는 점에서, 이를 한적에 위임하는 현금 기탁과는 다른 현물 기탁이다.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오태순 신부와 함께 전달식을 가진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법륜 스님은 “민간 단체들이 현금 기탁보다 현물 기탁을 선호하는 까닭은, 구매 업무를 담당하는 한적 요원의 수가 제한돼 있고 중국 옥수수 가격이 저마다 달라서 민간단체들이 한푼이라도 싼값에 많은 양을 신속히 보내길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물 기탁은 △한적에 기부 의사 통지 △한적 접수 △무역업자 선정 및 물품 구매·수송 대행 계약 체결 △통일원에 물품 반출 승인 신청 △정부의 반출 승인 △옥수수 산지 및 보관 창고에서 국경 도시로 수송 △북한 반입 순서로 진행된다. 그동안은 반입 경로가 단동-신의주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5월26일 ‘남북 적십자 합의’로 반입 경로가 △단동-신의주, 집안-만포, 도문-남양(육로) △인천-남포, 동해-흥남(해로)으로 확대됨에 따라 반입 경로는 북측과의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북한으로 들어간 지원 물품은 국적의 독립 배급소를 통해 분배된다. 국적은 북적과 합의해 독립 배급소를 설치하고 수해 최대 피해지역 5개 도 13개 군에 속한 13만9천명에게 물품을 보급해 왔는데, 최근 국적은 앞으로 구호 대상자를 7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북한에 지원된 식량은 대부분 북한의 공식 배급 창구를 통해 주민들에게 배급되었다. 또 반입된 식량의 대부분은 도착부터 하역·배급 과정 일체를 북한에 상주하는 세계식량계획 직원들이 감독한다. 전에도 지원 식량이 주민용이 아닌 군대용으로 전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하역된 식량 일부를 군용 트럭으로 운송한 데서 말미암은 오해로 밝혀지기도 했다. 현재 감시 활동을 맡고 있는 세계식량계획 직원은 총 7명인데, 지원 식량이 늘어남에 따라 12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국적 요원도 2명에서 7명 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무소는 평양에 있지만 직원들은 수시로 반입 항구·배급 현장 방문 및 불시 검색을 위한 가정 방문을 통해 배급 현황을 일지로 남겨 유엔에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6월4일 세계식량계획은 재고량이 너무 부족해 북한의 공식 식량 배급 체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긴급 구제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6월20일 이전에 북한 전역에서 식량 배급이 완전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만든 보고서에서 2천3백만 북한 주민 중 현재 1천7백만 명이 국가의 식량 배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지금 북한 식량 문제의 핵심은 분배의 투명성이 아니라 긴급 지원 및 분배의 신속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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