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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살고 있는 개와 고양이의 수만도 1천6백만 마리가 넘는다. 고양이가 8백20여만 마리이고, 개가 7백80여만 마리이다. 단연 세계 최고 기록이다. 그 뒤를 영국(1천4백만)과 이탈리아(1천2백만)가 잇고 있다.
개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집착은 올 초에 슬픈 얘깃거리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0년 만의 한파가 몰아닥친 1월, 일부 부랑아들이 개 출입이 불허된 긴급 대피소에서 밤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개와 함께 얼어 죽는 길을 택해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애완 동물이 부랑아라든가 연금 생활자라든가 독신자라든가 자녀 없는 부부라든가 하는 이른바 ‘고독한 사람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프랑스에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대체로 애완 동물 열광자가 아니다. 반면에 5인 이상 가족의 75%가 애완 동물을 기르고 있다.
애완 동물 먹이 사는 데 쓰는 돈만 연 3조원
사회학자들의 어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고양이는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어서 대체로 지식인들이 애완하는 동물이고, 재산과 인명 보호를 상징하는 개는 재산가들이 택하는 애완 동물이다. 말하자면 고양이는 좌익이고 개는 우익이다.
그러나 이런 의사 사회학의 연구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파 정부가 지배하는 프랑스에서 애완 동물로 고양이를 택하는 사람의 수가 개를 택하는 사람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 값이 개보다 더 싸고, 좁은 공간에서 사람과 사는 것에 더 잘 적응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수의사들은 분석한다. 수의사들은 또 고양이가 사실은 독립적인 동물이 아니고 주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물이라고도 말한다.
프랑스인들의 애완 동물 열풍은 사랑과 염세, 지배욕과 충성심 사이에 교묘히 자리잡고 있다. 동물애호주의자들은 흔히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내세우지만, 진지한 연구들은 그 격언을 배반하고 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최근 극우파 국민전선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인종주의적 발언을 한 것은 희극적인 일화라고 치더라도, 일부 연구자들은 동물 애호와 인종주의·극우적 정치관 사이에 일정한 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70년대 이래 애완 동물 열풍이 급격히 몰아쳐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프랑스에서 인종주의가 그와 함께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실제로 히틀러 정권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애완 동물 열풍이 자연에 대한 사랑이나 생태주의와 친연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애완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대부분이 야생 동물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완 동물은 프랑스에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애완 동물 먹이 구입에 쓰는 돈은 연간 2백억 프랑(3조2천억원)이 넘는다.
프랑스인들은 애완 동물을 사는 데 연간 60억 프랑이 넘게 쓰고, 애완 동물의 집(개집은 물론 어항·새장 따위 포함)을 사는 데 15억 프랑을 들인다. 또 애완 동물을 단장하고 치료하는데 10억 프랑을 쓰고, 그 동물들의 보험료로 5억프랑을 쓴다. 보험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개 8만 마리와 고양이 3천 마리가 보험에 들어 있다. 프랑스인들이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은 애완 동물을 사고 기르는 데 쓰는 돈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애완 동물 열풍이 낳는 부작용도 많다. 개가 사람을 물어 증상을 입히는 사고가 한 해에 20만 건을 넘어선다. 주된 피해자는 어린이 (연간 11만 건)와 집배원(연간 3천 건)이다. 집배원들이 피해자가 되는 3천 건은 2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애완 동물들의 배설물도 골칫거리다. 파리 시내만 하더라도 개똥이 하루에 16t 쌓인다. 1년이면 5천8백40t이다. 파리 시의 인력으로는 그 가운데 매일 14% 정도밖에 치우지 못하는데, 거기에 드는 1년 예산만도 4천2백만 프랑이다. 계산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실질적으로 개똥 1kg을 치우는 데 드는 돈이 50프랑인 셈이다. 우리 돈으로 8천원 가량이다. 특이한 나라다. 프랑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