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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북한·중국·일본 잠수함 전력, 어디까지 왔나

한국 해군은 지금까지 장보고(209)급 잠수함 8척을 확보했으며, 건조 중인 것이 또 1척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차기 잠수함 사업으로 3척이 추가 확보되면 총 12척의 잠수함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당초 6척으로 예정된 차기 잠수함 사업 규모는 러시아제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물론 러시아제 잠수함이 배치되면 수적으로는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계획했던 것과 같아진다. 그러나 이는 해군이 목표한 질적 전력에는 못 미치게 될 것이다.

90년대 초반에야 제대로 된 공격형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한국 해군의 수중 전력은 시기적으로 주변국에 비해 가장 처졌다. 북한조차도 73년부터 옛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각각 위스키(Whiskey)급·로미오(Romeo)급 잠수함을 도입했고, 70년대 후반부터는 신포·마양도 조선소에서 자체 건조해 왔다.

96년과 98년 우리 영해를 침투하다가 발각된 상어급·유고급 잠수함은 이런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북한이 독자 설계한 잠수함들이다. 한국 잠수함이 이들 북한 잠수함과 맞닥뜨리면 승부는 어떻게 될까. 정답은 한국의 일방적인 승리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은 용도가 좀 다르다.

상어급·유고급 잠수함을 운용하는 목적은 해안 침투이다. 이들 잠수함은 배수량이 적고 적함을 공격하는 데 필요한 어뢰를 적재할 수 없다. 단지 특수 요원을 해안까지 안전하게 수송하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 잠수함, 공격 능력 취약

정규 공격 작전에 운용되는 북한 잠수함은 로미오급 22척과 위스키급 4척이다. 이 잠수함들은 50년대에 옛 소련에서 설계한 것이어서 장비가 낙후해 있다. 갖가지 소나(sonar:음성 탐지 장치) 체계가 미흡하고 유도 어뢰 기술이 뒤떨어져 우리 해군의 전투함과 잠수함에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못한다. 이들의 임무는 전시에 수송선을 공격함으로써 미군의 추가 증원과 보급을 막는 데 있다. 바다 위를 저속으로 움직이는 상선들을 공격할 수 있을 뿐이고, 해군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능력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반면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은 월등한 소나와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어 로미오급이 알아채기 전에 먼저 발견하고 유도 어뢰를 발사해 간단히 격침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한에 대한 한국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확고히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 해군의 수중 전력은 나날이 해군 전력을 강화하는 중국과 일본에 대비해야 할 때이다.

중국 해군은 얼마 전까지 연안 방어 전략에 치중하다가 최근 ‘적극적 근해 방어 전략’으로 선회해 인도양과 태평양까지 세력을 팽창하려고 한다. 러시아로부터 신형 구축함과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활발하게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 해군은, 전략원자력잠수함(SSBN) 1척, 공격원자력잠수함(SSN) 6척, 디젤 잠수함 57척을 보유한 잠수함 강국이다. 중국 해군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은 서방은 물론이고 러시아에 비해서도 매우 처져 있다. 디젤 잠수함은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킬로급 4척, 송(宋)급 2척, 밍(明)급 13척, 로미오급 38척으로 구성되어 있다. 옛 소련이 개발한 로미오급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이나, 중국은 소련 기술을 도입해 독자적으로 건조한 로미오급 잠수함을 북한과 이집트에 수출하기도 했다. 북한이 보유한 로미오급 중 7척은 중국이 수출한 것이다.

중국이 로미오급을 기본으로 하여 독자 설계한 것이 밍(明)급이다. 외형은 로미오급과 흡사하며 수상 항주를 중시한 구식 선형이다. 중국 해군에서 현대의 잠수함 기준에 부합하는 디젤 잠수함은 송급과 킬로급뿐이다. 설계에 결함이 많은 송급은 취역할 때까지도 난점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며, 중국이 신형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면서도 러시아에서 킬로급을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급 잠수함의 전력화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킬로급을 추가 도입하거나 라이선스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잠수함 전력은 ‘2개 잠수대군(潛水隊群)과 6개 잠수대’ 편제로, 디젤 잠수함 총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16척이라는 숫자는 중국에 비해 훨씬 적지만, 일본은 이들 잠수함의 내구 수명을 16년으로 설정하고 계속 신형 잠수함으로 교체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잠수함 전력을 계속 신형함으로 교체하며 운영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 해군에서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일본의 잠수함 전력은 작전 태세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퇴역한 잠수함도 운영 연한이 짧아 언제든 실전에 복귀할 수 있으므로 이들 퇴역 잠수함이 일본의 실제 전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전체 전력에서 일·중보다 뒤져

일본은 현재 신형 오야시오급 잠수함을 배치하면서 80년대 초반에 건조되었던 유시오급 잠수함을 빠른 속도로 퇴역시키고 있다. 이 잠수함은 소나에 의한 탐지를 줄여주는 무반향 타일이 선체 주위에 부착되어 있으며 신형 소나와 전투 시스템을 탑재했다. 일본 잠수함은 전자 장비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고 하며, 소나와 관련 장치, 전투 정보 시스템과 어뢰 등 장비의 대부분이 국산이다. 기준 배수량 2,200t인 유시오급은 초기에 건조된 잠수함이 퇴역하고 현재는 8척이 현역에 있고, 이보다 배수량을 늘린 하루시오급 6척이 배치되어 있다.

하루시오급의 기준 배수량은 2,450t이며, 2,700t인 오야시오급 신형 잠수함 3번함이 최근 진수되었다. 잠수함의 배수량 표기는 수상·수중 배수량으로 표기되나, 일본은 특이하게도 수상 배수량과 수중 배수량 모두를 공개하기 꺼린다. 독특하게 기준 배수량 표기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수중 배수량보다 대략 20% 가벼운 배수량 기준이다. 그러므로 기준 배수량 2,700t인 신형 오야시오급 잠수함의 수중 배수량은 3,000t을 훨씬 넘으며, 한국 해군이 보유한 장보고급 잠수함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큰 대형 잠수함이다. 한국 해군이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 잠수함을 일본보다 먼저 배치하게 될 것이지만, 일본 역시 오야시오급의 후계함에서는 AIP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터링 엔진이나 PEM 방식의 연료 전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은 중국과 일본의 잠수함에 비해 부분적으로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 전력에서는 아직도 차이가 크다. 지금 국방부와 해군이 진행하는 차기 잠수함 사업은 이 전력 차를 더 좁히려는 중요한 국방 계획이다. 한국 실정에 맞는 뛰어난 성능의 잠수함이 선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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