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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호화 변호인 군단 구축… 정부·검찰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
그런데도 서울 계동 현대그룹 본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룹 관계자들은 안테나를 서초동 쪽으로 곧추세우고, 시시각각 전해 오는 검찰의 수사 내용에 전전긍긍한다.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재벌을 개혁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칼날을 세우고 있는 판에 이 사건이 본보기로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검찰이 소환하려는 대상자가 현대증권 실무자에서 그룹 고위층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그룹으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이미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노정익 구조조정본부 전무가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고, 6~7일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박세용 현대상선 회장 겸 구조조정본부장·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도 줄줄이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섰다. 자칫하면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까지 소환될 수도 있다. 구조조정본부 한 관계자는 “그룹 회장이 검찰에 불려다니면 그룹의 대외 신인도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현대는 검찰과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지난 1일 언론사에 배포된 ‘현대의 입장’이라는 보도 자료는 지금까지 현대가 주장해 온 내용을 요약한 정도였다. 새롭다면 ‘이익치 회장의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도’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이튿날 보도 자료였다. 이것은 검찰의 수사 방향이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에게로 모아지자, 이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다. 바이코리아 펀드로 간접 투자 붐을 일으켜 증시를 띄운 것도 그렇지만, 이회장이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정부 정책을 자문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구조 조정 의지를 확실히 천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1일 박세용 구조조정본부장은 주한 EU상공회의소 조찬 모임에서 올해 말까지 구조 조정 작업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부채 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고, 자동차·전자·건설·중공업·금융 서비스 등 5대 산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해 세계 3위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구조 조정 실적이 저조해 대우 다음으로 밉보인 그룹이 현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 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현대그룹은 검찰과의 법정 다툼을 확실히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장에 사건을 의뢰하고, 정해창·김종구 전 법무부장관, 이원성 전 대검 차장,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 등으로 호화 변호인 군단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때가 되면 사운을 걸고 방어전을 치르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