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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인테리어디자인과 2학년 안정선양(21)은 언젠가 인터넷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전세계 호텔 내부 장식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객실이나 식당의 내부 장식은 실내 장식을 전공하는 그에게 좋은 교재이다. 하지만 선뜻 컴퓨터 앞에 앉을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 하면 접속 과정이 복잡해 이용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여긴 탓이다. 그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올해 인터넷 텔레비전이 출시된다는 것은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인터넷 텔레비전이 나오면 일부 인터넷 애호가에 국한했던 인터넷 이용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파급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대우·삼성·LG 전자가 인터넷 텔레비전을 내놓는다. 인터넷 텔레비전은 기존 29인치 텔레비전에 초고속 모뎀과 인터넷 검색 도구를 탑재하여 인터넷 정보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검색할 수 있다. 또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인터넷 정보가 화면 아래쪽에 흐를 수 있게 되어, 연속극을 보면서 인터넷 정보도 검색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인터넷 텔레비전 같은 첨단 정보통신 상품이 올해는 어느 해보다 많이 출시될 전망이다. 따라서 컴퓨터나 휴대 전화기를 이용하는 것도 어렵다는 사람에게 올해는 고난의 한 해가 될지 모른다. 올해 나올 첨단 정보통신 제품을 미리 알아 보자.

인터넷 텔레비전이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깔린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기존 공중 전화망을 활용한 첨단 상품도 한창 개발 중이다. 주문형 반도체 설계 업체인 C&S는 전화기에 액정표시화면(LCD)을 부착한 영상 전화기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50만원대 영상 전화기용 단말기 선보여


이미 다양한 데이터 전송 수단을 이용한 화상 전화나 화상 회의 시스템이 공개되었지만, 새로운 설비를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단말기와 서비스 이용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각종 데이터를 5백 분의 1로 압축해 전화선으로 전송하는 칩셋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50만원대 영상 전화기용 단말기가 공급되고 이용료도 전화 사용료만 부담하면 되어, 누구나 쉽게 영상 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무선 통신망을 이용한 다양한 개인 통신 상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존 아날로그 이동 전화에다가 지난해부터 디지털 이동 전화가 본격 보급되고 있는가 하면, 내년에는 개인휴대통신(PCS)과 주파수공용통신(TRS)이 상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사업을 시작할 무선 통신 사업인 CT2는 단말기 값과 통화료가 싸 주목되고 있다.

최근 공중 전화 부스에 붙은 파란 상자가 CT2 기지국이다. CT2 전국 사업자인 한국통신이 설치한 것이다. 요즘 한국통신·나래이동통신·서울이동통신을 비롯해 전국 11개 사업자는 CT2 서비스를 시작할 채비를 갖추느라 정신이 없다.

CT2는 무선 전화기 가운데 가장 싸다. 아날로그나 디지털 이동 전화는 단말기와 가입비를 합쳐서 50만원대이다. 또 사용료로 매달 최소 5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비해 CT2는 단말기와 가입비를 합쳐 20만원밖에 안된다. 이 가격은 연말에 더 낮아질 전망이다. 사용료도 셀룰러폰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따라서 CT2 전국 사업자인 한국통신은 셀룰러폰을 사기가 부담스러운 대학생과 젊은 주부 사원을 표적 고객으로 삼고 있다.
CT2는 전화를 걸 수는 있으나 받을 수 없고, 한 기지국 통화 지역을 벗어나 다

른 기지국 통화권에 들어서면 통화가 끊어져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리서치 앤 리서치사가 95년 8월 서울 여의도에 근무하는 호출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호출기 가입자 가운데 80%가 CT2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싸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올 상반기에는 호출기를 내장한 CT2 플러스가 나온다. CT2 플러스는 사용자가 호출기를 통해 호출을 받은 후 전화 번호를 확인하고 나서 다시 CT2 단말기에 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줄 전망이다. 그냥 CT2 액정 표시 화면에 뜨는 전화 번호를 누르면 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CT2 단말기를 통해 전화를 받는 ‘미트 미(Meet Me)’ 서비스가 실시된다. 이것은 CT2보다 발달된 개념인 CT3이다. CT3는 기존 이동 전화와 성능이 비슷해지기 때문에 결국 기존 무선 전화와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전자수첩처럼 작고 가벼운 컴퓨터 시판

올해 말부터 노트북이나 전자 수첩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Handheld PC)도 선보인다. 가로 16.8cm, 세로 9.8cm, 두께 2.58cm, 무게 3백40g. 웬만한 전자수첩보다 조금 큰 정도다. 따라서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는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필요할 때 잠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키보드나 플라스틱 펜으로 자료를 입력하거나 읽을 수 있다.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라스베이거스 컴덱스 쇼에서 내놓은 윈도우CE를 채용해, 윈도우를 운영 체제로 채택한 모든 컴퓨터와 호환이 가능하다.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의 케이블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하면 어렵지 않게 자료를 휴대형 컴퓨터에 복사할 수 있다.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에 든 정보를 다시 다른 컴퓨터에 옮길 수도 있다. 물론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 사이에 데이터 교환도 가능하다. LG전자는 휴대형 컴퓨터를 올해 초 미국 시장에 대당 5백 달러에 내놓았다. 국내에는 한글 윈도우CE를 탑재한 제품을 올해 중반부터 40만원대로 시판할 계획이다.


휴대용 컴퓨터는 초소형이기 때문에 기억 용량이 2메가바이트에 불과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키보드가 작아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노트북보다 사용 시간이 5배 이상 길어(12시간), 노트북에서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 5~6개만 채용하여 기존 노트북 시장을 어느 정도 잠식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기억 용량의 한계는 휴대형 개인용 컴퓨터만 지닌 문제는 아니다. 데스크탑 컴퓨터는 물론 워크스테이션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본체에 저장할 수 없다. 컴퓨터가 가진 저장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로피 디스켓이나 콤팩트 디스크(CD) 같은 보조 저장 매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보 양이 폭증하고, 그 가운데 현대인에게 절대 필요한 정보량도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보조 기억 매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igital Versatile Disk)이다. 약칭 DVD로 불리며,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igital Video Disk)라고 잘못 불리기도 한다. 이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가 멀티 미디어 컴퓨터의 핵심 기억 장치로 채용된 콤팩트 디스크를 밀어내고 차세대 저장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콤팩트 디스크(CD) 롬의 7배에 이르는 저장 용량이다. 저장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억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 화상이나 음성 관련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는 콤팩트 디스크 크기에 고선명 텔레비전(HDTV)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한 화질과 전문 오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깨끗한 음질을 담을 수 있다. 또 4 대 3 규격 영상뿐만 아니라 16 대 9 광폭 화면까지 압축 저장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를 채용한 컴퓨터나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플레이어는 최대 8개 국어까지 음성을 담을 수 있고 32개 국어를 자막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미 대우·삼성·LG 전자는 올해 초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를 출시했다. 콤팩트 디스크는 플로피 디스크를 밀어내고 주요 컴퓨터 저장 매체로 자리잡았으나, 이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가 등장함으로써 플로피 디스크와 같은 운명에 처할 전망이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롬을 장착한 개인용 컴퓨터는 고급 취향 소비자를 중심으로 서서히 보급되리라 전망된다.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 롬은 국내 컴퓨터 시장과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에 일대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관련 상품이 잇달아 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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