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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소 걸음 걷던 이수성 ‘포기설’나돌자 서둘러 출진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이 두 차례 번복 끝에 5월26일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이 저마다 용틀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온 데 비해, 유독 ‘소 걸음’을 걷던 이고문이었다. 이고문은 이를 위해 29일 독일을 방문해 헬무트 콜 총리와 면담하기로 한 일정도 취소했다.

이고문이 경선 출마 선언과 관련해 이처럼 엎치락 뒤치락한 데에는 여러 속사정이 얽혀 있다. 우선 정가에 급속히 확산되던 경선 포기설을 일축할 필요를 느낀 듯하다. 다른 대선 주자 진영에서는 ‘독일 가서 선언하려고 하느냐’ ‘포기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었다.

또 최근 여권내 기류도 이고문이 더 이상 민주계의 옹립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가 김덕룡 의원을 축출한 뒤 민주계가 분열 양상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정발협 중심의 이수성 옹립 움직임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신한국당 물어뜯던 JP의 ‘입’강 건너 이한동 캠프로 옮겨

간혹 신문을 보면 꽤 의미 있는 사건인데도 조그맣게 다루어지는 것이 있다. 안성렬 전 자민련 대변인이 이한동 신한국당 고문의 언론 특보로 옮겼다는 1단짜리 기사만 해도 그렇다. 정치판에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고는 하지만, 몇 달 전까지 야당 대변인이었던 사람이 여당 대권 주자의 특보로 ‘변신’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변인 시절 안성렬씨는 김종필 총재의 ‘입’으로서 정말 매섭게 신한국당을 물어뜯었다. 몇 달 전부터 여권으로 옮겨간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정치권에서 반신반의했던 것은 바로 그의 이런 ‘전력’때문이었다. 안씨가 변신한 이유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있지만, 대변인 직을 내놓고 김총재의 특보를 맡았으나 별다른 역할이 없어 불만을 갖고 있던 차에 때마침 공보 담당을 찾고 있던 이한동 고문측과 선이 닿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거물’을 특보로 맞이한 이한동 고문측은 ‘안씨가 사람을 알아보고 자원했다’며 싱글벙글이다. 최근 이회창 대표를 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이한동 고문의‘입’이 앞으로 더욱 거칠어질 것 같다.
정에 약한 ‘부드러운 남자’ DJ YS에 허 찔리고 절치부심

김대중 총재의 불만 가운데 하나는, 자기가 부드러운 남자인데도 국민들이 그렇게 보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불만은 나름으로 일리가 있다. 김총재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정에 약하다는 데 동의한다.

김총재 측근들은 이 외강내유 때문에 그가 늘 김대통령으로부터 해만 보았다고 투덜거린다. 누구보다 김총재의 심리를 잘 아는 김대통령이 위기 국면 때마다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20일 김대통령이 국민회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김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한 데 이어 강인섭 정무수석을 보내 각별히 축하했을 때도 김총재측근들은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김총재가 이를 화해하자는 제스처로 받아들여 대여 공세를 늦추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국민회의 간부들이 다음날 회의에서 김대통령의 대선 자금 공개와 사과, 탈당을 다시 한번 촉구한 것도 그런 노파심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총재의 대여 공세가 잠시 주춤한 사이 야당 자치단체장에 대한 사정과 김대통령의 대선 자금 공개 불가 선언이 터져 나왔다. 막판에 몰린 김대통령이 결국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순진한 생각까지 하고 있던 김총재로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참다 못한 김총재가 ‘하야론’을 들고 나왔다. 이번만큼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김총재가 어디까지 김대통령을 몰아붙일지 궁금하다.

전우 믿고 말달려 나간 서 훈 엄호 사격 못 받아 홀로 옥쇄

‘돌격 앞으로!’ 명령을 듣고 뛰쳐나갔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돌진하고 있는 것은 혼자뿐이었다. 신한국당 박찬종 고문의 대리인 역을 맡아 당내 교섭을 하고 있는 서 훈 의원(대구 동 을)이 지난 5월21일 꼭 그런 꼴을 당했다.

그 날 당헌 당규 개정 처리에 앞서 비주류 연합의 결의는 대단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행동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정작 당무회의가 열리자 그런 방침에 따른 사람은 서의원뿐이었다. 그는 회의 벽두부터 “경선은 잔치가 돼야 하는데 고문단 회의 한 번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라며 처리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대표가 서의원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아무도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민주계 모임인 정발협이 중립을 지킨다는 기류를 감지하고 다른 주자 진영에서 발을 빼버린 것이다.

서의원은 이 날 당무회의가 끝난 뒤 “다시는 이런 꼭두각시 놀음에 장단 맞추지 않겠다”라고 화를 내며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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