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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새 의장 맡아 ‘현장 정치’ 시동…4·15 총선이 최대 승부처

정동영 열린우리당 새 의장은 의장 당선 후 첫 아침밥을 남대문시장 ‘진주집’에서 먹었다. 둘째 날은 새벽을 여는 택시 기사들과 기사 식당에서 머리를 맞댔고, 셋째 날은 공단을 찾았다. 민생 현장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의지이다.

기자 출신인 정의장은 정치판에 들어와서도 늘 현장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0년 8·30 최고위원 경선 때가 대표적이다. 당초 그가 내세운 메시지는 ‘노장청 통합론’이었다. 그러나 각 지역을 돌면서 당원들의 극심한 분노를 절감한 그는 서울로 돌아와 슬로건을 ‘당을 확 바꾸겠다’는 초강경 어구로 교체했다. 주변 사람들은 ‘너무 나간다’며 극구 말렸지만, 그는 결국 최고위원에 당선했다.

이번 의장 경선 내내 그가 입에 달고 다닌 ‘몽골기병론’도 현장 우선 정치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동성을 자랑했던 몽골 기병처럼 신속하게 현장을 찾아 막힌 곳은 뚫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라는 것이다.

현장 정치와 함께 정의장이 힘을 쏟으려는 분야는 열린우리당을 명실상부한 ‘경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경제지도자 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양대 노총과 경제 5단체장, 대학총장과 정당 대표, 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타협을 이루어내자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그는 과거 정치 지도자들이 주로 전경련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던 관례를 깨고 중소·벤처 기업의 40대 최고경영자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한국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 부총리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경제 전문가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개혁 지도부’ 탄생에 원동력이 된 정치 개혁의 대부분은 김근태 원내대표에게 일임할 작정이다. 정치 개혁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제도로 완성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다, 중진과의 조화로운 업무 분담이라는 대외 이미지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정동영-현장 정치, 김근태-정치 개혁’이라는 투톱 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신기남·이미경 의원같이 선명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이미 지도부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었다. 의장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며 책임 있는 여당을 추구하고, 상임위원들은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드는 지도부 내 역할 분담까지 고려한 것이다.

정치 개혁·현장 정치·경제 정당을 3각 축으로 내건 ‘정동영호’의 당면 과제는 4·15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만드는 것이다. 전당대회 현장에서 만난 열린우리당 대의원들은 한결같이 총선 승리를 위해 정동영을 지지했다고 밝혔고, 정의장도 “한나라당 1백48석과 열린우리당 47석을 맞바꿔내겠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정의장은 설 연휴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려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 양강 구도를 만든 후 총선에서 대역전극을 벌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36세에 공화당 의장이 된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이어 한국 정치 사상 두 번째로 최연소 여당 대표가 된 정의장은 이를 발판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는 큰 꿈도 꾸고 있다. YS·DJ가 민주화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에 힘쓴 공로가 있다면, 정의장은 한국 정당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헌신한 공로가 있고, 거기에 세대 교체 이미지와 대중 흡인력까지 고루 갖추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노대통령은 이미 정의장을 차기감으로 공인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의장은 차기 주자 1, 2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정의장의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정의장에게 이번 총선은 명실상부한 차기 주자감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나는 절호의 기회이자 위기다. ‘인기에 편승한 가벼운 리더십’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사실로 판명될지, ‘역동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최약체 여당을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으로 끌어올리며 차기의 발판을 다질지, 전국민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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