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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의 발표, 대선 자금 수사에 철퇴”…청와대 공직자 사정 주도에도 난감
지난 2개월간 김현철씨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대검 중수부 한 수사 관계자의 심정은 더 착잡하다.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간 채 수사에 매진해 왔는데 대선 자금 문제가 떠올랐다. 이 문제만은 청와대가 나서서 검찰 수사의 부담을 덜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여론을 달래지 못하는 결론이 나와서 자칫 검찰이 고생을 하고도 새로운 불신만 떠안게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대선 잔금 추적 들어갔다가…
실제로 아직 미흡하다는 여론에 따라 부분적이나마 대선 잔금 수사 의욕을 보였던 중수부 재수사팀으로서는 이번 대통령 발표가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다. 김대통령이 대선 자금 공개 불가 방침을 천명하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심재륜 중수부장은 김현철씨 비자금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철저히 조사해 대선 잔금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김현철씨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 차장의 시중 은행 계좌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천만원짜리 수표 백여 장에 대한 자금 추적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김대통령의 발표는 사실상 중수부의 대선 자금 수사에 ‘철퇴’를 내리는 효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 사정과 관련해서도 그 시기와 진원지를 놓고 곤혹스러워한다. 우선 시기적으로 한보 사건과 김현철씨 비리 의혹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다. 벌써부터 여론은 한보 비리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92년 대선 자금 문제를 호도하기 위한 정략적 사정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청와대가 공직자 사정의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언론에 발표한 점도 검찰로서는 달갑지 않다. 검찰이 오래 전부터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여온 사안조차 수사의 순수성을 의심 받기 쉬운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본전이나 건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결국 검찰은 성역을 허무는 수사와 대통령 하명 사건 수사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채 국민 여론의 시험대에 올라선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