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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병아리·공룡 폭발적 인기… 품귀 사태로 교내 폭력까지 일으켜

애완 동물을 기르는 가정에서 개를 기를 것이냐, 고양이를 기를 것이냐를 놓고 가족 간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개보다 더 충성스럽고, 고양이보다 더 앙큼한 새로운 애완 동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마고치’. 작년 11월 일본의 장난감 회사 <반다이>가 1년 반의 개발 과정을 거쳐 양산하기 시작한 휴대형 전자 애완 동물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 제3의 애완 동물은 개나 고양이처럼 배설물을 멋대로 깔기지 않고, 밤에 낑낑대지 않아 기르면서 이웃집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버튼 하나로 먹이를 해결하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반다이>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자 애완 동물은 애완 동물·휴대형·여자 중고등학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달걀형의 모형과 병아리·공룡 캐릭터는 여자 고교생 2백명을 앙케이트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제3의 애완 동물 <다마고치>가 등장했다는 소문은 무선 호출기와 휴대 전화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백화점이나 장난감 가게 앞에는 <다마고치>를 사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었다.

반다이 홍보실에 따르면, 96년 11월~97년 5월 출하한 다마고치 수는 모두 7백만개이다. 그리고 6월부터는 월 2백만개 생산 체제를 3백만개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다마고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백화점이나 장난감 가게에서는 아예 예약을 받아 주지 않는다.

홈페이지에 ‘다마고치 묘’도 등장

그래서 다마고치를 앞세운 상 경쟁도 치열하다. 유락쵸의 한 파친코장은 경품으로 다마고치를 내준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기자가 사는 동네 쌀 가게는 다마고치를 탈 수 있는 추첨권을 주겠다는 선전으로 손님을 끌고 있다.

최근 오사카 경찰은 다마고치 위조품을 만들어 팔려던 상인 2명을 구속했다. 다마고치는 1개 값이 1천9백80엔에 불과하다. 하지만 품귀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정가의 수십배 가격으로 뒷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인기가 있는 백색 다마고치는 중고품이 정가의 15배인 3만엔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다마고치 품귀 사태가 교내 폭력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요코하마 경찰서는 한 달 전 중학생 4명을 긴급 구속했다. 동급생이 가지고 있는 다마고치를 빼앗으려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이다. 그같은 폭력 사건은 오사카 등지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고 한다.

학교 당국을 난처하게 하고 있는 것은 비단 폭력 사태뿐 아니다. 다마고치를 들고 등교하는 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두통거리이다. 이유는 자기가 키우고 있는 다마고치를 수시로 수발해야 가상 동물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한국이나 홍콩처럼 문체부가 직접 나서서 단속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각급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대응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사이타마 현 가와고에 시 제일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다마고치 지참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발견하는 대로 몰수한다고 한다.

반다이 홍보실 관계자는 다마고치가 이같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 일본의 애완 동물 붐과 가상 동물 생육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을 들었다. 다마고치는 시계를 맞춰주면 5분 후에 알이 부화한다. 배가 고프거나 용변을 보고 싶을 때는 ‘삐삐’하고 전자음을 발신해 주인에게 알려준다.

사육주가 제때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다마고치의 가상 동물은 실제 애완 동물처럼 죽어 버린다. 또 사육 방법에 따라 백 살까지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한다. 가상 애완 동물이지만 애정을 갖고 기르지 않으면 죽어 버린다는 점과,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마음대로 자라주지 않는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는 얘기이다.
인터넷의 다마고치 홈 페이지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서도 일본의 다마고치 열기가 보통이 아님을 감지할 수 있다. <다마고치 팬>이라는 홈페이지는 회원들의 사육 일기에서부터 다마고치의 병 감염률을 낮추는 법, 죽을 때 난 알을 키우는 법, 아흔아홉 살 때까지 수명을 연장하는 법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가장 걸작은 히로시마의 관음원이라는 절의 홈페이지 <다마고치 묘>이다. 이 홈페이지의 묘는 사망한 다마고치를 한 살 이하, 열 살 이하, …여든 살 이상 등 나이 별로 분류해, 다마고치의 탄생일·사망일·나이·사육자 이름 등을 기재해 놓고 있다. 물론 꽃과 과일을 제단에 올리고 분향도 할 수 있다.

이 절의 주지는 다마고치가 죽는 것을 애통해 하는 주위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비록 가상 동물이지만 영혼을 위로해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마고치 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현재 약 30만명이 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고 하니 보통 열기가 아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가상 세계를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는 다마고치가 휴대 전화· 무선 호출기 등 휴대 미디어와 짝이 되면서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고 본다. 즉 장소가 제약되어 있는 종래의 미디어와 달리 생활하는 곳곳에 가상 세계를 그대로 반입할 수 있게 된 것이 ‘다마고치 붐’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일본 이어 유럽·미국 점령중

지금 이 가상 세계에 흠뻑 빠져 있는 것은 청소년들만이 아니다. 운전하던 주부가 다마고치에게 먹이를 주려다 교통 사고를 일으켰다는 뉴스, 여자 사무원이 근무 중에 다마고치의 수발을 들다가 해고되었다는 뉴스 등은 어른들에게도 상상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증거이다.

지금 이 전자 애완 동물 붐은 미국·유럽·아시아 지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영국의 한 신문은 다마고치가 상륙할 경우 영국의 애완 동물 식품 산업은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뉴욕에서는 한 가게에서 판매 개시 3일 만에 3만개가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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