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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 때 ‘국제 수준 노동법 개정’ 다짐 안지켜… 세계 여론 악화·국제노련 시위로 ‘곤욕’

‘전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말미암은 노동계의 2단계 총파업 투쟁을 앞둔 지난 1월13∼14일에 노동부·공보처가 일간 신문 아홉 군데에 낸 유료 광고의 제목이다. 한마디로 말해 ‘법은 좋은데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총력 홍보전’의 일환으로 낸 신문 광고였다. 노동법 날치기를 강행한 여당과 정부의 고위당정회의에서 내린 결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국민 세금을 축낸 이 신문 광고(3억4천만원 추산)는 야당과 노동계는 물론 광고에 인용된 일부 해외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한국 정부의 신문 광고에 인용된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즉각 한국 정부가 해외 언론의 논조 중에서 자신한테 유리한 부분만 인용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외국의 격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통해 이 법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비꼬았다.

사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전세계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 신문이 지적하는 국제 사회의 시각이 대개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격렬한 비난’쪽이라는 데 있다. △한국에 나타난 독재의 망령(<뉴욕 타임스> 12월30일) △시대를 거꾸로 가는 한국(<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1월3일) △김대통령의 도박, 몹시 잘못되어가(<파이낸셜 타임스> 12월30일) △김대통령의 법(<파이낸셜 타임스> 1월7일) △한국의 반정부 운동, 정치 위기로 계속 확산(<워싱턴 포스트> 1월12일) 등 제목만 보아도 비난과 조롱 일색이다.

이같은 비난의 화살은 대개 새 노동법이 한국이 지난해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수준에 미달한다는 평가와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로 모아진다. 즉 한국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때 국제 기준에 합치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한국 정부의 망신살”

이와 관련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1월9일)은 ‘김영삼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국제 사회를 기만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파업으로 막대한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OECD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한국 대통령의 국제적 망신으로 인한 손실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약속을 위반했다는 근거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직전에 당시 공로명 외무부장관이 경제협력개발기구 도널드 존스턴 사무총장 앞으로 보낸 10월9일자 서한이다. 공장관은 회원국 의무 수락 성명을 담은 이 서한에서 ‘결사와 단체교섭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에 관련한 기준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에 맞춰 노사관계에 관한 현행 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다’라고 명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1월10일 존스턴 사무총장이 이례적으로 회원국 외무장관의 서한(3급 비밀) 가운데 일부 내용(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조건으로 노동법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약속했다)을 상기시킨 것도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지속적인 국제 노동단체 지도부 및 회원들의 항의 방문 및 현지 시위도 정부로서는 여간 곤혹스런 문제가 아니다. 1월12일에는 존 에번스 사무총장(경제협력개발기구 노동조합자문위원회) 등 1차 ‘국제 항의 방문단’이 방한한 데 이어, 20일에는 국제자유노련 빌 조던 사무총장 등 2차 항의 방문단이 입국했다. 이같은 국제 연대 투쟁은 22일에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를 겨냥한 것이다. 이날 ELSA는 한국의 새 노동법이 국제 기준에 맞는지를 판정하게 되는데, 정부에 유리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외 언론이 지적한 대로 한국 정부는 지금 세계화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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