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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광명성경제총연합회는 대남 경제 사업 채널을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북한이 기존 여러 채널을 통합한 것으로, 총연합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의 민간 경제단체와 격을 맞추는 동시에 대남 경제사업 창구를 일원화해, 한국 기업의 북한 임가공, 투자 유치 등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명성’은 김정일 애칭
민간단체이던 고민발은 93년에 발족해 실질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95년까지 약 2년 동안 존속했으며, 고민발이 해체된 뒤에는 정부 차원 기관인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대남 창구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우선 이 기구가 민간 차원이 아니고 정부 기구인 탓에 운신 폭이 좁았고, 남북 간 경색 국면이 장기화함에 따라 표면에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나진·선봉 투자 유지 활동만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나 겨우 명맥만 유지했을 뿐 외부로부터 실질적인 투자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족한 조선광명성경제총연합회는 나진·선봉 개발을 포함해 지지부진한 북한 투자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명성’이라는 이름에 대해 이 소식통은 “김일성이 김정일의 50회 생일(92년) 때 ‘백두산 자락에 광명성 떴고’라는 내용의 시를 지어준 적이 있다. 광명성은 김정일을 가리키는 애칭이며, 그의 애칭을 딴 조선광명성경제총연합회가 발족한 것은 97년부터 김정일 체제가 경제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선광명성경제총연합회는 북한이 중국의 개방 정책을 모델로 삼아 실질적인 개방을 추진하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잠수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사과한 이후 미·북한 관계가 급진전하고, 북한과 중국 간의 고위급 인사 왕래 등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만한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의 55회 생일인 2월16일을 전후해 남북 관계 및 미·북한 관계에 전환점이 될 만한 중대한 변화가 있으리라는 것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미·북한 양국의 순조로운 관계 개선은 중국을 자극한다. 더구나 북한과 대만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무조건 중국을 자극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당총비서나 주석 직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일은 이미 중국 방문 의사를 중국 정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미·북한 관계가 진전하는 속도로 보아 중국은 북한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의 55회 생일인 2월16일에 중국의 고위급 관리가 큼직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북한을 방문하리라는 관측은 예사롭지 않다. 일부에서는 전기침 외교부장이 김정일의 중국 방문 초청장을 소지하고 평양 나들이를 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정은 북한 처지에서는 최상의 상황 전개이다. 북한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식량난과 한국 정부의 대북 공세로 줄곧 수세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96년 말부터 이런 상황이 역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선광명성총연합회가 발족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취할 대외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 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 총연합회를 발족시켜 놓은 다음에 55회 생일인 2월16일을 전후해 김정일이 한국에 나진·선봉 투자를 포함해 적극적인 경제 협력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