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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 되새기게 한 ‘황소 구출’

선량한 눈, 둥글고 넓적하게 빠진 대가리, 누르스름한 털. 영락없는 토종 황소였다. 1월17일 한강 하류 비무장지대 유도(留島)에서 굶주리던 황소가 해병대에 무사히 구조되었다. 황소는 비쩍 말랐고, 발굽이 부러져 부어오른 왼쪽 앞다리에서 고름이 흘렀다.

유도에서 황소가 처음 발견된 것은 작년 여름 물난리 때였다. 그 뒤 황소는 날이 갈수록 여위었고 절룩거리는 것이 곧 죽을 것만 같았다. 경기도 김포군은 사료를 보낼 테니 북한측이 암소 한 마리를 유도에 보내 같이 방목하자고 북한측에 제의했다. 그러나 소가 풀을 다 뜯어 먹으면 저어새 같은 희귀종 새가 살 수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와 김포군과 해병대는 황소를 섬에서 구출하기로 했다.

예로부터 소는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분단의 한복판 유도에서 고통 받는 ‘평화의 상징’을 구출한 것은 그래서 더욱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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