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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일급 참모이자 동지가 ‘아킬레스건’ 돼버려 곤혹
국민회의가 난데없이 현철씨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증권가나 시중에 한보 특혜 대출 배후로 현철씨 이름이 오르내렸고, 마침내 한보 사태가 터지자마자 야당은 주저없이 그를 한보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방향이 특혜 대출의 배후가 누구냐에서 떡값을 받은 정치인이 누구냐로 바뀌면서 현철씨의 이름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총재의 최측근인 권의원이 전격 구속되고 한보 사태가 유야무야될 기미를 보이자 국민회의가 강공으로 나온 것이다.
당찬 김현철의 볼 만한 대반격
현철씨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한보 연루설을 제기한 국민회의 한영애·설 훈 의원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제소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김대중 총재나 정동영 대변인까지도 고소할 방침이다. 청와대나 신한국당 고위 당직자들은 일제히 야당측이 제시한 현철씨의 한보 관련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현철씨를 거들고 나왔다.
현철씨는 한보 사태 초반에 터져나온 자신의 한보 연루설이 홍인길 의원의 ‘깃털’ 발언 이후 더욱 증폭되자 검찰이 정보근 회장을 소환 조사해 주기를 청와대에 강청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정회장이 소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언비어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검찰측은 부자(父子)나 형제를 한번에 사법 처리하지 않는 번조계의 관행을 들어 소환에 난색을 표명했지만, 현철씨는 덕산그룹의 예까지 들어가며 정회장의 소환 조사를 거듭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철씨는,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총대를 메기는커녕 발뺌하기에 급급한 것을 보고 아버지가 배신감과 충격에 휩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현철씨가 얼마나 당찬지는 국내외 유력 언론을 상대로 집요하게 소송을 벌였던 전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그리고 최근 한보그룹의 창고에서 발견된 현철씨의 자서전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나는 몸도 마른 데다 키도 작았지만 힘만은 장사였던 모양이다. 반 대항 씨름 경기에서 60여 명이나 되는 상대를 거의 나 혼자 물리쳤다. 내가 이긴 것은 열광적인 분위기 탓도 있지만 좀처럼 지지 않으려는 근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한보 사태는 검찰의 손을 떠나 국회로 옮겨지고 있다. 양김씨 간의 전면전이 2라운드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국민회의는 차제에 YS와 신한국당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현철씨를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 야당은 임시국회가 열리면, 한보 사태 국정조사 청문회에 그를 증인 1호로 채택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만약 현철씨와 한보와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드러날 경우 여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고위 사정 관계자는 “걱정 없다. 자체 조사 결과 현철씨는 정보근 회장과 아무런 사이도 아닐 뿐더러 당진 제철소에 내려간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씻겨지지 않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조차 “현철씨가 별 생각 없이 당진제철소에 내려갔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태가 이토록 확대될 줄 당시에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한보의 창고에서 만권이 넘는 현철씨의 자서전이 발견되었다. 검찰측은 다른 기업도 현철씨의 자서전을 샀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정가에는 아버지의 국정 운영이나 인사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현철씨가 이번 한보 사태에도 어떤 형태로든 연루되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사람이 많다.
현철씨는 대선 직전까지 김대통령에게 가장 든든한 동지이자 참모였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이후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공격을 받아온 그는 지금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