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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 효과조차 없다”…떠나는 중도에 무기력해진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적어도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면 그렇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무려 175석을 쓸어 담았다. 거대 공룡 정당이 탄생했고, 이재명 전 대표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표현은 이미 익숙해졌다. 

7월2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28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압승했는데 지지율은 與 35%, 野 27%

그런데 이상하다. 민주당 지지층이 그 어느 때보다 이재명 전 대표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고,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심과 당심이 다르지 않다는 인식과는 다르게 정당의 경쟁력 지표나 다름없는 정당 지지율은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7월23~2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그림①). 총선에서 압승한 정당의 지지율로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굳건하고 지난 총선에서 175석이나 가져갔던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한 첫 번째 이유는 ‘전당대회에 대한 무관심’이다. 당권에 도전하는 4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국민의힘에서는 전대 기간 동안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 추이를 보면 총선 이후 29%까지 하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35%로 6%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총선 직전 33%까지 상승했던 지지율이 6%포인트나 내려왔다. 이재명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전대는 사실 결과를 보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아는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봐도 오디오’ 같은 전대다. 오죽하면 ‘구대명(90%대 대표 당선 이재명)’이라는 해설이 달릴 정도다. 7월28일 충남 순회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88.87%를 득표하며 2위 김두관 후보를 1만 표 이상 차로 따돌렸다. 충북 순회경선에서도 이 전 대표는 88.9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흥행과 반전이 없는 전대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이렇게 재미없는 재방송을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더 봐야 되는 거냐”며 “‘컨벤션 효과’는 차치하고 지지율이 안 떨어지면 다행일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민주당이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더 깊어지는 이재명 일극체제’에 있다. 이번 전대 이전부터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와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몸이 되어버렸다. 보통의 경우라면 당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과 당의 일체화를 반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 상황은 다르다. 지나칠 정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대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나간 사람들마저 당의 혁신과 비전을 외치기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찬사와 찬양을 보내는 데 혈안이 돼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면서 “이재명 전 대표와 상의를 거쳐 출마했다”고 ‘충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명(明)비어천가가 줄을 잇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선 이언주 의원은 이 전 대표에 대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고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 4선의 김민석 의원은 “이재명 집권 플랜본부장이 되겠다”고 했고, 당 대변인 출신인 재선의 강선우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대선 당시 이 전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재선 한준호 의원은 “동행할 지도자로 이 전 대표를 선택했다”, 재선 김병주 의원은 “이 전 대표 정권 창출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반응은 어떻게 나올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7월1~30일 이 전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이 전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회’ ‘야당’ ‘서울’ ‘후보’ ‘최고위원’ ‘선거’ ‘대선’ ‘당원’ ‘검찰’ ‘검사’ ‘당대표’ ‘전 대표’ ‘위원’ ‘의원’ ‘총선’ ‘대회’ ‘사건’ ‘수사’ ‘국민’ ‘정치’ ‘대통령’ ‘기자’ 등으로 나왔다(그림②). 정치적 대립각에 서있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등장하고 나머지는 이재명 전 대표를 호칭하는 연관어들이 집중 부각된 빅데이터 연관어다. 지난 총선 직전의 상황처럼 이낙연 전 대표나 원칙과 상식에 속했던 당시 의원들 같은 반발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더 심해진 이재명 일극체제가 중도층이나 수도권 그리고 2030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그것이 정당 지지율 추락의 이유로 풀이된다.

민주당 빅데이터 부정어 비율 87%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한 세 번째 이유는 ‘다양성이 꺾이고 무기력해진 민주당’이다. 당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동적이어야 한다. 역동성은 다양성의 또 다른 이름이고 확장성과 결정적인 인과관계가 있다. 수십 년간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혁신 정치의 본산이었다. 오죽했으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 만든 정당의 이름이 통일민주당이었고 그 이전에 몸담았던 정당 역시 이름에 민주당이 들어간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은 총선을 거치면서 공천과 내부 물갈이를 통해 철저하게 이재명 전 대표 중심 정당으로 돌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당권 경쟁 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잡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집단 쓰레기’ 표현이 담긴 문장을 나중에 삭제하기는 했지만 당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고 비판한 대목은 간단히 흘려버릴 수 없는 장면이다. 김 후보의 지적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김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개딸에 대해 “당내 소수 강경 개딸들이 민주당을 점령했다”며 “이렇게 해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빅데이터는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민주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7월1~30일)는 ‘의혹’ ‘범죄’ ‘비판’ ‘논란’ ‘우려’ ‘혐의’ ‘강행’ ‘불법’ 등 부정적인 감성 연관어로 도배되어 있다(그림③). 물론 전화 여론조사의 긍정과 부정처럼 단적으로 나눌 순 없겠지만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로 보면 긍정이 11%, 부정이 87%나 된다. 민주당이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요구 국민청원 청문회, 검사 탄핵,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압박, 한동훈 특검법 추진 등 야권의 공격적인 정치 공세도 중도층이 멀어진 이유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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