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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39세 밴스 부통령 후보 내세워 파격적인 세대교체 이미지 표출 
4년 전 바이든 향했던 청년 표심 공략 기대

미국 대통령선거는 11월에 치러질 것이지만, 3개월도 더 전인 7월부터 미국 대선 소식으로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토중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13일에는 트럼프가 자신을 향한 저격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총알을 피해 역사에 남을 퍼포먼스까지 연출하며 지지층 결집을 과시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토론회에서부터 노쇠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인지력 논란만 불거지다가 7월21일 후보 사퇴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 청년층의 표심을 어떻게 끌어모을지 고심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저출산 문제가 거의 없는 미국에서는 청년층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 기성세대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당연히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바이든과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당시 청년층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20%포인트 더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트럼프 현상 자체가 보수적인 기성세대 백인의 반격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7월22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선 J D 밴스 상원의원이 버지니아주 래드포드에 있는 래드포드 대학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
7월22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선 J D 밴스 상원의원이 버지니아주 래드포드에 있는 래드포드 대학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

밴스, ‘흙수저’ 벗어난 자수성가 서사 지녀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이 청년층 표심을 급격하게 상실했다는 데서 발생했다. 국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져서, 재정 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청년층이 현직 바이든 행정부에 커다란 불만을 표출했다. 게다가 소수인종 문제에 더 민감한 진보적 성향의 청년층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계기로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외교정책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런 현상들은 ‘그래도 트럼프보다는 바이든’ 심리가 청년층에서 더 강할 것은 분명하지만, 진보적 청년들이 투표장에 나올 의욕을 잃게 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청년 유권자 중 일부가 우경화되고 더 보수적으로 변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현재 선진국 사회에서는 청년 여성층이 갈수록 더 진보적으로 변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년 남성층은 더 보수적이고 우경화되는, 이른바 성별에 따른 정치적 분화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미국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C)을 둘러싼 정체성과 문화 갈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2020년에는 바이든을 찍었던 청년 남성 일부가 이런 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든든한 집토끼였던 청년층에서 점점 우위를 잃어가고 있는 동안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7월15일, 1984년생의 젊은 정치인 J D 밴스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부통령 후보에 올랐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밴스는 제조업이 무너지고 중산층 가정이 이혼과 마약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가난한 마을에서 자라나, 할머니의 도움으로 절망을 딛고 군대에서 의지를 배우고 대학 교육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한 자수성가 서사를 갖고 있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 《힐빌리의 노래》는 2016년 트럼프의 충격적인 당선을 설명할 수 있는 처절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조명받았으며, 밴스는 이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고향 오하이오에서 상원의원이 될 수 있었다.

부통령 후보로 밴스를 지명한 것은 트럼프가 자신의 색깔을 더 확실히 하는 선거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문제에 관심이 많고 관료 기구들과의 연계가 확실한 공화당의 주류 정치인들 대신에, 자신과 처음에는 각을 세웠다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39세 청년이 ‘트럼프 색’이 더 강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게다가 밴스는 자신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적 가정과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월스트리트와 미국의 명문대를 ‘세상 물정 모르는 엘리트들’로 비난하면서 포퓰리즘 수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

 

미국 사회의 전면적 변화 촉구 가능성 커

현재 공화당에서는 밴스가 청년 유권자들에게도 호소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색깔을 더 강조하는 부통령 후보는 얼핏 보면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져오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지지자는 흔히 시골이나 소도시 지역의, 저학력 백인 중년층으로 이해되지 않는가. 어느 때보다 교육을 많이 받고, 대도시에 살면서 소수인종의 비중이 높아진, 그래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여겨지는 청년층은 트럼프 색이 더 선명해졌다면 오히려 더 공화당에서 멀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공화당이 ‘청년 전략’으로 밴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의 생물학적 나이다. 80대의 바이든은 너무 노쇠하고, 사실 맞수로 나왔던 트럼프조차도 기력은 여전히 강하지만 1946년생으로 78세 고령이다. 1992년 46세의 빌 클린턴과 2008년 47세의 버락 오바마가 혜성처럼 등장해 대통령에 당선되던 미국이었지만, 오바마 이후의 미국에는 돌풍을 일으키는 젊은 정치인들이 더는 등장하지 않으며 장로정치(gerontocracy)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민주당에서는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스(1989년생)나 교통부 장관이 된 피트 부티지지(1982년생) 같은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며 세대교체를 주도할 인물들이라고 간주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1984년생인 밴스를 내세우며 공화당이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쇄신의 정당임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청년층이 언제까지고 진보적인 세대로서 공화당의 반대 세력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최근 청년 남성층이 우경화되고, 진보 이데올로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밴스와 같은 ‘젊은 얼굴’을 내세워 청년층의 보수화 흐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소수인종의 비율이 늘어나고 젊은 인구가 계속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공화당은 언제나 인구학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선거에 임해야 했다. 2016년 트럼프의 승리도 총 투표수에서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 밀렸지만 선거인단을 통해 가까스로 이룬 것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전 세계에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킨 밴스는 정치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미국 사회의 전면적 변화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에서 갖는 위상을 생각하면 미국 청년층의 여론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서구 사회 전역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유럽에서도 우익 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을 이끌어낸 주역이 청년 남성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표를 던진 청년 유권자들이었음을 생각하면 분위기는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밴스는 미국 청년의 우경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임명묵 작가
임명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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