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수정’에 머무를 듯…다주택자 중과세율은 하향 가능성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문제가 여야 정책 경쟁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논란은 일부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촉발됐다. 이어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를 포함한 세금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당 자체적으로 부분적인 세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종부세 개편 논의에 불씨를 댕긴 민주당은 정작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종부세에 대한 논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종부세 완화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 현안을 가지고 여야 간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그 결론이 어떻게 내려지든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징벌적 과세’ 대상자 너무 많아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에 도입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조세 형평성 제고가 목적이었다. 일정한 가격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해 한편으로는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기 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과세기준일 시점으로 전국의 주택과 토지를 유형별로 구분해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과세 기준금액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 세금이 매겨진다.
과도한 세금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은 주택 가격의 급등으로 투기와 상관없는 실거주 1가구 1주택자 상당수가 과세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종부세 부담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정부는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2억원으로 높이고 공시가격 적용을 2020년 수준으로 억제해 공시가 현실화율 상승을 억제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1주택자이면서 종부세 대상이 된 사람은 11만 명을 넘었다. 주택분 종부세를 납부한 사람 가운데 1가구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7%였다. 2005년 처음 부과 당시 납부 대상자는 7만 명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를 신설한 주요 배경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페널티 부과였지만 대상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종부세는 성격이 조금 달라졌다. 징벌적 과세가 적절하지 않은 대상자가 너무 많다. 그 취지와 관련해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통령실에서는 종부세는 완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적 논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폐지를 진지하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종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수요 재편과 가격 변동을 초래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보유에 대한 인식과 투자 패턴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말 종부세를 폐지하려면 동시에 부동산 관련 조세 제도 전면 개편이 따라야 한다.
원래 노무현 정부의 구상도 종합토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로 이원화한 후, 거래세는 많고 보유세는 적은 기형적 구조를 바로잡으면서 동시에 부자 과세를 통한 자산 재분배 효과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원칙적으로 주택 과세는 주택 보유 자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맞고 세금은 재산 가치에 비례해 내는 것이 타당하다.
종부세를 둘러싼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이중과세 논란’은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과 다단계 누진 구조의 세율을 재검토하는 작업은 수치 조정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세제 개편으로 세수가 지나치게 감소하는 것도 곤란하다. 2023년 귀속 종부세 결정세액은 4조2000억원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미 윤석열 정부의 감세로 2028년까지 5년간 69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종부세는 중앙정부가 직접 걷는 국세지만, 실제로는 부동산교부세 형태로 전액 지자체에 배분된다. 재원 감소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면 폐지 대신 부분적 개편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치느냐가 관건이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게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주는 방안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고가 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비싼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지방에 저가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이른바 ‘똘똘한 주택 한 채’에 대한 선호 현상과 쏠림 현상이 늘어날 것이다. 지역적 차별화와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저런 부작용까지 생각하면 종부세를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고가 주택 개념을 도입해 1주택자 과세 대상 주택 가격을 대폭 올리는 방안이 그나마 가능해 보인다. 이 경우에도 주택 가격과 주택 수를 모두 고려한 합리적 과세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세수 지나치게 감소하는 것도 곤란
사실은 종부세가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결정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주택 종부세의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서 공제 금액을 뺀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결정한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법 시행령을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 보유 주택 수와 과표 등에 따라 세율을 곱해 세액을 확정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정부는 공시가를 시세에 맞춰 높였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계속 올려 2021년엔 95%까지 뛰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줄어든 것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예측이 가능한 세제가 바람직하다. 시장 상황에 대응해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한도는 정해 놓는 것이 옳다.
7월이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다. 민주당은 당장은 종부세 문제를 논의하기엔 적절치 않다며 미루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내놓고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면 어떤 방향이든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내 이견이 많아 정리가 쉽진 않을 것이다. 야권의 또 다른 한 축인 조국혁신당은 벌써 종부세 개편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5월30일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소재 여부에 따라 세율 등을 차등하는 것도, 다주택자에게 최고 6%까지 세율을 높이는 것도 과잉 금지 원칙과 조세평등주의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종부세는 일종의 부유세이고 논쟁을 피하기 어려운 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부세 취지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종부세 대상자는 전체 주택 보유자 1531만 명 가운데 2.7% 정도다. 민주당은 앞으로 종부세 개편을 추진한다고 해도 제한적으로 수정하는 선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낮추는 방안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